"北 총격, 있는 그대로 알려라"…靑, 추가 논란 차단 부심

기사등록 2020/09/24 19:39:00

文대통령 "국민에게 그대로 발표하라" 투명한 공개 지시

23일 유엔총회 연설서 '종전선언' 언급하며 평화 메시지

野 중심으로 사건 은폐 의혹 제기되자 선제 대응 나선 靑

"18일 연설문 발송해 수정 불가…예측하지 못한 상태였다"

'늑장 공개' 지적엔 "첩보 신빙성 파악…분석에 시간 걸려"

[김포=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인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9.24.   scchoo@newsis.com
[김포=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인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9.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청와대가 24일 북한에 의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피살 사건과 관련, 대응 상황을 시간대별로 설명하고 나선 것은 추가 논란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최초 사건 발생 직후 이틀 만에 자국민 피격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칫 은폐 및 늑장 대응 논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며 투명한 공개를 지시했다. 

이번 사건은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 있기 하루 전날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1시 26분께(한국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화상 회의 방식으로 열린 제 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16분간 진행했다. 당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며 북한에게 대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발신했고, 실종자는 22일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으로부터 사격을 당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권에서 이번 사건과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연계 지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일각에서는 사건 발생 이후 이틀 만에 정부에서 사건을 공개하면서 '유엔총회 연설 때문에 사건 공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초 보고 받은 시각은 실종 사건 발생 하루 뒤인 22일 오후 6시26분이었다. 당시 '서해 어업관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서 수색에 들어가 있고, 북측에서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으로 서면 형태의 보고가 이뤄졌다.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문은 지난 15일 녹화를 끝내 18일 유엔에 발송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실종 사건 발생 당일 연설문을 녹화해 보냈기 때문에, 수정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미 연설문이 발송됐고, 이런 사안이 있을 것은 예측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연계하지 말아 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인지했다면 과연 대통령이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낼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23일 오전 8시께 문 대통령 트위터에 유엔총회 연설문 등을 공유하면서, 여전히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문 수정이 물리적으로라도 불가능했다면, 적어도 그 이후라도 홍보에 신중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 분석하는 단계에서, 외교안보 이슈가 실무 홍보선까지 공유가 이뤄졌을까 싶다"고 추정했다.

청와대는 24일 최초 첩보 입수 시점부터 문 대통령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대응을 시간대별로 상세히 설명했다.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23일), "NSC 상임위를 소집해서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24일)는 문 대통령의 두 차례 지시에 따른 것으로 투명한 공개만이 추가 논란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렸다.

민간인 사망 이틀 후 정부 공식 발표가 이뤄지면서 '늑장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첩보의 신빙성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고위 관계자는 "(첩보를) 자체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발표를) 미뤄야할 하등의 이유도 없고 시간대별 상황을 공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청와대 내부는 23일 오전부터 긴박하게 돌아갔다고 한다. 단순 헤상 추락 사건이 아닌 자국민 총격 사건이라는 것을 인지한 22일 밤부터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가 진행되는 23일 새벽까지 청와대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첩보의 분석에 들어갔다.

23일 오전 8시와 9시 문 대통령에게 두 차례 회의 결과가 보고됐고, 국방부와 정부에서는 유엔군사령부 측과 연락하는 등 첩보 내용 종합 평가에 나섰다. 24일 국방부로부터 실종사고 관련 분석 결과를 보고 받은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를 통해 현재까지 모든 내용을 국민들에게 발표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뉴시스]군은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사고와 관련, 북한의 총격에 의해 해당 공무원이 숨졌으며 시신을 일방적으로 화장하기까지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군은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사고와 관련, 북한의 총격에 의해 해당 공무원이 숨졌으며 시신을 일방적으로 화장하기까지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향후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한다면 청와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한테 분명히 (사과와 책임 처벌을) 요구했고, 요구에 대한 답이 없을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가 또 추가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결과와 정부 대책을 보고 받은 뒤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은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 취해야 한다. 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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