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UAE·바레인 평화협정에도 중동 평화는 '요원'

기사등록 2020/09/16 15:02:01

3국간 협정으로 팔레스타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 '전무'

팔 반발 무시한 트럼프 행보로 '중재자' 지위 잃을 수도

反이란 연대 현실화에 중동서 新냉전 구도 형성 가능성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이스라엘·UAE·바레인 정상과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서명 후 협정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협정 명칭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서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압둘라티브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 2020.09.16.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이스라엘·UAE·바레인 정상과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서명 후 협정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협정 명칭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서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압둘라티브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 2020.09.16.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간 관계 정상화 합의를 '과거 정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역사적인 성과'라고 치켜세웠지만 중동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등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간 관계 정상화가 중동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정작 이스라엘의 점령하에 탄압 받는 팔레스타인에 돌아갈 이익은 현재로서는 드러난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3국은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에서 외교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민감 쟁점인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립 부분은 명시되지 않았다. 협정문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을 지속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담겼다.

UAE와 바레인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경계에 따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한다는 두 국가 해법 또는 아랍평화구상 등의 맹렬한 지지자였지만 협정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양국 대사는 기념사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한다고 모호하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 협정문을 두고 UAE와 바레인은 자국과 아랍권에 팔레스타인 동포를 옹호했다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에 반대했다고 각각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조율된 문구라고 TOI는 평가했다. 사실상 해당 국가의 이익만 고려됐을 뿐 팔레스타인의 이익은 배제됐다는 의미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무시하고 이뤄진 이 합의가 중동 분쟁에서 공정한 중재자로서 미국의 입지를 훼손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취임 이후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걸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직전 베냐민 네나탸후 총리와 단독 정상회담을 열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거듭 천명했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팔레스타인도 적절한 시기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정) 회원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팔레스타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그들도 합류할 것이다"고 했다. 앞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손을 잡지 않으면 외톨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합병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그것은 아주 공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맞서 유엔이 인정한 팔레스타인 대표기구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아랍권에 이번 합의를 보이콧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PA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과거 전임 행정부와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두 국가 해법을 무력화하는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하자 미국, 이스라엘과 관계를 단절한 바 있다.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15일 성명을 내어 "팔레스타인인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로 대변되는 지도부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야기할 부정적인 영향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가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정파 하마스와도 연대를 추진하고 나섰다.

중동연구원(MEI) 연구원인 그레이스 베르멘보는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의 개입 결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에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이스라엘 성향 정책은 PA를 소외시켰고,  미국의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능력에 도전장을 던졌다"고 지적했다.

베르멘보는 "이스라엘과 UAE간 관계 정상화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외교적 재평가를 넘어서 더 많은 것을 제공할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UAE와 바레인이 걸프 지역 아랍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한 것은 공통 적국인 시아파 이슬람 종주국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최대 9개국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WP는 이들 국가간 관계 정상화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력은 크게 반영되지 않다고 꼬집었다. UAE와 바레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협상 중재 이전에도 이스라엘과 소통, 관계를 맺고 있었고 이들 3개국간에는 어떠한 갈등 관계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중동 전문가인 카림 사드자푸르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연구원은 WP에 "UAE와 이스라엘간 전략전 관계는 (공통의 적인) 이란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촉발됐고, 미국에 의해 공식화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만들어진 구도에 이름을 올린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위협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있지만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중의 오랜 반감을 뒤로 하고 관계 정상화에 나설지도 불투명하다.

TOI는 지난 1979년 중동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 이후 이스라엘에는 중동 국가와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이집트는 아랍권에서 왕따가 됐고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암살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15년 뒤인 1995년 요르단과 두번째 관계 정상화를 했을 때도 이스라엘에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25년간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의 반발로 후속 조치가 멈춰설수도 있다고도 전했다.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이스라엘과 수니파 이슬람 국가간 관계 정상화가 중동지역에서 냉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反)이란 연대가 이란의 지역내 이익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UAE에 최신형 전투기인 F-35를 판매할 경우 중동내 항공 전력 균형이 붕괴돼 이란이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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