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소송 예고...보증금 2500억원 향방은

기사등록 2020/09/16 06:00:00

[서울=뉴시스] 아시아나 A350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2020.09.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시아나 A350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2020.09.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무산 책임을 금호산업에 돌리고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2500억원 반환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에따라 금호산업은 물론이고, 아시아나 채권단의 고심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은 금호산업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산의 입장 표명은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계약 해제 통보를 받은지 나흘 만이다.

금호산업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한 현산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법적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산은)의 행태도 꼬집었다. 현산은 "'채권단인 산은도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산업은행의 제안에, 지난 8월 26일 발전적인 논의를 기대하고 협의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은은 협의에서 기존 인수조건의 조정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논의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입장을 전달했을 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당사도 인수조건에 관해 요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현산의 이번 공식 입장 표명을 2500억원 규모의 소송에 대비한 명분쌓기로 보고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작업 뿐만 아니라 사법 리스크까지 떠안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산이 실제 소송할 경우 승소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아시아나의 급격한 부채비율 증가, 공정위의 320억원 과징금 부과가 현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산이 일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명확한 사실관계가 다 드러나지 않은 만큼 어떤 단언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현산이 이미 실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았을 것이고, 소송을 하게 되면 할 말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보통 변호사가 소송을 하려고 했을 때 증거 수집 문제때문에 막막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사실조회, 문서송부 등을 요구하는데, 이 사안의 경우 1차적으로 실사를 했기 때문에 현산이 자료의 내용을 상세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현산이 일부 승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얼마를 돌려받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사건의 쟁점은 M&A 계약해제에 대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현산은 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의 급격한 증가 등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강조하고, 아시아나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금호산업의 귀책사유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은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었다고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행보증금 2500억원의 향방도 모두의 관심사다. 앞서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27일 아시아나항공 총 인수대금 2조5000억원(구주 인수대금 3228억원+신주 유상증자대금 2조1772억원)의 10%인 2500억원을 계약금 명목으로 냈다. 투자지분 비율에 따라 현산은 2010억원, 미래에셋대우는 490억원을 각각 부담했는데, 이 돈은 현재 에스크로(조건부 인출가능) 계좌에 예치돼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2500억원이 어디에 귀속되어 있는지는 계약관계나 채권단이 어떤 법적인 조치를 취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계약의 당사자는 1차적으로 현산과 금호산업이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이미 담보권 설정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2500억원의 최종 처분권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에서 피고가 누구로 지정되는지는 매우 형식적인 문제"라며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이 한 배를 탄 상황이기 때문에 협조를 할 것이고 어느 한 쪽이 소송에 보조참가를 할 수도 있다. 보조참가까지는 안 하더라도 같이 대응할 것이다. 그간의 일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주체는 금호산업"이라고 덧붙였다.

현산이 일부승소 판결을 받을 경우 재계 및 법조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M&A 전문 변호사라고 하면 법률 이슈를 비롯한 리스크 전반을 주로 검토했는데, 이제는 인수·합병(M&A)이 결렬된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새로운 장르로 만들어진 것 같다"며 "M&A 계약서에는 일반적인 계약에 비해 생소한 내용이 포함될 수 밖에 없는데, '진술 및 보증(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조항'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 종결과 이행 이후에 진술 및 보증했던 내용과 다른 사실이 발견돼 일방 당사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상대방에게 그러한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규정인데, 현산의 이번 사건도 이와 비슷한 프레임"이라며 "M&A 대상회사에 대한 분쟁의 존재는 우발채무에 따른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진술 및 보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산이 일부 승소를 하면 이런 형태의 소송은 계속 벌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법적공방이 본격화되면 대형 로펌들이 치열한 법리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법조인은 "양 측 모두 대형 로펌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할 것 같다"며 "굵직굵직한 M&A 사건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 위주로 대리인단이 구성되고, 연합전선이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소송에 수십억원을 써도 아깝지가 않다"며 "기업의 조직변경은 경영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 만큼 비용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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