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알바송'으로 주목 '아프리코레' 밴드 '트레봉봉'

기사등록 2020/09/14 14: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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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코리아 일렉트로 5인조
데뷔 EP 발표...'밥먹어'등 실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트레봉봉. 2020.09.14. (사진 =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터널을 통과하는 우리의 일상을 담고자 했죠."(성기완)

아프리코레(아프리카+코리아) 일렉트로 밴드 '트레봉봉(Tresbonbon)'의 데뷔 EP '밥 먹어(Bop Murger)'는 '내면의 K팝'이다. 아이돌 그룹의 화려한 외모·군무가 K팝의 외면을 보여준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속살을 파고든 노랫말을 들려주는 트레봉봉의 노래는 내면을 들여다본다.

"하루에도 수십번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 친절함을 베푸는 내 이름은 알바생 / 내가 진짜 누군지는 궁금하지 않아 / 그게 내 알바야 / 시간아 빨리가라 한시간만 버티자."

"알바~송"이 중독적으로 반복되는 '알바송'이 대표적이다. 2030 세대의 애환을 전지적 시점으로 노래했다.

최근 목동 칠리뮤직 코리에서 만난 트레봉봉 보컬 김도연은 "알바를 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담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멤버들과 '알바송'을 함께 작사·작곡한 김도연은 한 달 전까지 닭볶음탕 가게에서 알바를 했다. 지난 7월 KBS 1TV 로드뮤직쇼 '한국인의 노래'에 출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음악을 이어가는 삶도 노래했다.

트레봉봉 음악의 매력은 슬픔의 바닥을 쓰는 비애가 아니다. 그 기운을 흥겨움으로 승화시키는 힘이다. 알바생의 힘겨운 일상을 담은 '알바송'은 뉴트로 풍의 신시 팝 사운드와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인 발라퐁의 경쾌한 리듬이 친근감 있게 어우러진다.

대중음악평로가 김작가는 "세련된 해학의 노래. 사회적이되 개인적이고, 씁쓸하되 발랄하다"고 들었다. 

이런 음악적 익살의 뿌리는 아프리카 흑인 음악이다. 트레봉봉 멤버인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아미두 발라니 디아바테의 영향이 크다.

디아바테는 부르키나파소의 음악가 계급 '그리오(griot)' 출신이다. 그도 일찌감치 한국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경험했다. 지난 2014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공연단원으로 일한 아프리카 예술가들에 대한 임금체불과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다. 디아바테는 단원 중 한명이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트레봉봉. 2020.09.14. (사진 =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큰 상처로 남을 법한 일이지만 디아바테는 트레봉봉 음악처럼 긍정의 힘으로 이겨냈다.

디아바테는 "제게 어려운 시기였던 것은 맞아요. 하지만 한국의 좋은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그렇게 음악은 힘든 부분을 잊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번 EP의 두 번째 트랙 '밥 먹어'도 디아바테와 트레봉봉다운 노래다. 시대가 지나도 변함없는 '밥 먹고 살기'의 애환을 20대 젊은 직장인 여성의 시점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렸다.

흥겹고 펑키한 아프로비트와 국악의 휘모리 장단이 맛깔스럽게 비벼졌다. 트레봉봉공 표 복합타령이다. 카톡 내용을 캡처한 듯한 생생함이 살아있는 자전적인 이야기는 김도연·드럼 김하늘·키보드 최윤희가 가세해서 얻어진 좀 더 세밀한 시선이다.

김하늘은 "특별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우리 이야기를 하면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트레봉봉의 일상에도 역시 파고들었다. 작년 말 콘서트 이후 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 관객들을 대면한 공연을 하지 못했다. 지난달 나팔꽃 레코즈를 통한 온라인 공연이 전부다. 이번 EP 발매 기념 쇼케이스도 연기했다.

디아바테는 지난 1월에 고향에 간 뒤 한 달 뒤에 다시 한국에 오려고 했다, 공항이 폐쇄돼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힙겹게 한국에 돌아온 뒤 2주간 격리를 한 그는 "몸이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됐어요. 다섯 살 때부터 일주일 이상 집에 머무는 적이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성기완은 "밴드를 비롯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춘 곳이라면 어디든, 코로나19를 겪는 현재가 너무 어려울 것"이라고 여겼다. "지금까지가 A였다면, 이제 B를 시작해야 하는 전환기라고 생각해요. 모두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트레봉봉. 2020.09.14. (사진 =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성기완은 인디음악계 1세대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리더 출신이다. '김현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기도 하다. 2005년부터 4년 간 EBS 라디오 '세계음악기행'을 진행해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지지도 얻고 있다. 2018년 디아바테와 밴드 '앗싸(AASSA)'를 결성했고 이 팀의 앨범 제목이었던 트레봉봉으로 새 팀을 꾸렸다.

트레봉봉은 지난해 21세기의 황량한 풍경을 담았지만 신명이 나는 데뷔 싱글 '간지족들 삐졌나요'(Green Shower)로 탄생을 알렸다.

이번 데뷔 EP에는 '알바송', '밥먹어', '간지족들 삐졌나요' 외에 슬프고 비장한 분위기의 R&B 넘버 '원 먼스 어고(1 month ago)', 사이키델릭한 주문을 연상케 하는 '러빙 선 네이키드(Loving Sun Naked)'(Tele) 등이 실렸다.

성기완은 "우리끼리 이번 앨범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면서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마음이 맞았고 흥미로웠어요.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정규 앨범이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앨범뿐만 아니라 밴드 자체도 각자 멤버들에게 의미가 크다. 김도연은 "밴드가 꿈이었는데, 좋은 밴드의 멤버가 됐고 이번 EP를 통해 인생 첫 음반 결과물을 얻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동안 음악을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는 것이 부끄러울 때도 있었는데 트레봉봉 멤버가 된 후 '음악을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어요. 하하."

김하늘은 "우리 밴드는 자유로운 관계가 특징인데 그 가운데 누구하나 헤이해지지 않는다"면서 "멤버들과 함께 음악에서 희망을 봤다"고 전했다. 최윤희도 "언어, 나이, 성별에 상관 없이 곡 작업을 다 같이 하면서 서로를 존중해주는 지구 같은 밴드"라고 흡족해했다.

디아바테는 트레봉봉이 학교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음악의 열망을 실현시켜주는 팀이에요. 아프리카 문화를 보여주면서, 한국적 문화도 알게 되고.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나누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다양한 밴드를 거친 성기완에게 마지막으로 '이상적 밴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하나가 아닌 느슨한 전체'요. 옛날에는 밥도 똑같이 먹고 무엇이든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포스트잇 같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잘 붙어야 해'가 아닌 '잘 떨어질 수도 있어야 해'가 되는 거죠. 각자의 길도 있으니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연주는 각자의 자아가 확장된 형태의 밴드. 그것이 트레봉봉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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