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판사 신상털기' 일상화…"피해는 국민의 몫"

기사등록 2020/09/14 16:31:19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associate_pic5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외부로부터의 평가는 낯설지 모르지만, 오히려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명수 대법원의 말이다. 그는 얼마 전 '법원의 날'을 맞아 기념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판결에 근거 없는 비난이나 공격이 있더라도 부동심(不動心)으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장의 이 발언은 법원과 판사를 향해 쏟아지는 각종 비난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도 최근 판사를 겨냥한 신상털기 비난은 위험수위다.

박형순 부장판사를 겨냥한 인신공격성 비난도 그런 사례 중 하나로 보인다. 박 부장판사는 서울시 광화문 집회 금지 처분에 대해 2건의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여파로 박 부장판사는 상당한 고충을 겪었다. 그를 해임해 달라는 청와대 해임 청원이 40만명을 넘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박형순 금지법'까지 발의됐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강영수 부장판사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에 대한 대법관 후보 박탈 청원은 50만명을 넘었다.

 이처럼 세간을 들썩였던 주요 사건 피의자들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마다 이를 심리하는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이름이 먼저 거론됐다. 영장 발부·기각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부장판사는 진영논리에 휩싸여 비난의 대상이 됐다.

판사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신상털기 속에서 강 부장판사 외 판사 9명의 구체적 신상정보가 '디지털 교도소'에 오르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했다. 근거가 부실한 이 사이트에서 판사들의 사진은 물론 학력, 거주지, 심지어는 일부 휴대전화 번호까지 여과 없이 공개됐다.

판결에 대한 불만은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비판도 가능한 영역이다. 판결이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이라는 기본권 보장을 위해 우리는 3심제를 운영한다. 항소심·상고심에서 원심이 뒤집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기존의 법조문과 판례를 기반으로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여론몰이를 하듯 판사들을 겨냥한 신상털이식 비난 여론 조성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현재 이뤄지는 판사 개인에 대한 비난이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사법부 독립은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근간이며, 정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다.

법관의 소신이 여론에 따라 흔들리는 순간 '여론 재판'이 되고, 심하면 '인민 재판'이 된다. 결국 피해는 여론 영합주의에 따라 달라지는 판결문을 받는 국민의 몫이 된다. 판결이 아닌 판사 개인에 대한 비난은 이제 멈춰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