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검은비' 피폭자 75년 만에 인정됐지만…日정부 '항소'

기사등록 2020/08/12 15:10:27

아베 총리 "최종심 판단 받기로"

후생노동상 "과학적 근거있다 말할 수없어"

[히로시마=AP/뉴시스]지난 6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투하 75주년을 맞아 '원폭 사몰자 위령식 평화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2020.08.06.
[히로시마=AP/뉴시스]지난 6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투하 75주년을 맞아 '원폭 사몰자 위령식 평화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2020.08.06.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 정부와 히로시마(広島) 시(市)·현(県)은 히로시마 지방 법원이 원폭 당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검은 비'를 맞은 사람들을 '피폭자'라고 인정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12일 NHK,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와 협력을 거듭했으나 지금까지의 최고재판소(대법원) 판결에서과는 (실제 사실과) 다른 점 등에서 상소심(최종심)에 판단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현과 히로시마시, 그리고 피폭자 여러분의 요청을 반영해 검은 비 지역의 확대도 염두해 검증하겠다. 피폭이라는 글과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경험을 한 여러분에 대해 지원책을 제대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원폭 국가가 정한 '원호(援護·구제와 보호)' 지역을 확대하겠다는 생각을 시사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국가 3자 명의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관계 부처에서 판결 내용을 정사(精査·자세히 조사, 면밀히 살펴봄)한 결과 지금까지의 최고재판소(대법원) 판결과는 달리 충분한 과학적 견지에 근거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내용이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히로시마 지방 법원 다카시마 요시유키(高島義行) 재판장은 히로시마 현내에 거주하는 '검은 비' 피해자 84명이 히로시마시가 피폭자 건강 수첩 교부 요청을 거부한 것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법은 84명 모두에 대해 검은 비에 대한 피폭을 인정하고 히로시마시에 거부 처분 취소 및 피폭자 건강 수첩 교부를 명령했다.

검은 비에 대한 피해를 '피폭'으로 인정한 일본 첫 사법 판결이다.

검은 비 피폭자 84명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국가가 정한 '원호' 지역 이외에 거주하고 있었다. 일본은 원폭 투하 폭심지로부터 북서로 약 19㎞, 폭 약 11㎞의 타원형을 지역을 '호우 지역'으로 규정했다. 일본 정부는 이 호우 지역에 거주했던 주민들에 대해 무료 건강 검진을 제공하고 암 등 질병이 인정되면 피폭자 건강 수첩을 교부했다.

그러나 원고 84명은 이 호우 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겨도 피폭자 건강 수첩을 교부받지 못했으며 피폭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다카하시 재판장은 호우 지역 지정의 근거가 됐던 1945년 조사를 둘러싸고 "조사범위와 수집된 데이터에 한계가 있다. 특히 바깥 가장자리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부족한 자료밖에 입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후 이뤄진 전문가와 히로시마현 등의 조사 결과에 대해 "(검은 비가) 호우 지역에만 그치지 않고 더 광범위하게 내렸다고 확실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은 비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해서는 "원폭에서 나온 방사성 미립자가 포함됐다. 건강 피해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들이 주장하는 직접 검은 비를 맞아 발생하는 외부 피폭, 비를 맞은 음식물을 섭취해 일어나는 내부 피폭에 대해 “검은 비에 노출됐다"고 인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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