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진흙만 퍼냈어요"…물폭탄 충주농가 복구 '암담'

기사등록 2020/08/06 15:53:37

주방 벽 뚫고 들어온 토사 한가득…수해복구 자원봉사 절실

[충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충북 충주시 엄정면 비석리 송석윤(55)씨 집에서 5일 수해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배수로 막히면서 역류한 토사가 집 전체를 집어 삼켰다.2020.08.05.bclee@newsis.com
[충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충북 충주시 엄정면 비석리 송석윤(55)씨 집에서 5일 수해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배수로 막히면서 역류한 토사가 집 전체를 집어 삼켰다[email protected]
[충주=뉴시스] 이병찬 기자 = "다들 바쁜데 자꾸 오라고 그럴 수 있어요?…우리 힘으로 얼른 일어서야지."

지난 1~2일 집중호우로 집안에 토사가 밀려와 남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충북 충주시 엄정면 괴동리 송석윤(65)·박정순(63)씨 부부는 6일 사흘째 집안의 진흙과 돌덩이를 퍼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2일 오전 3시 전날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피곤한 몸을 이끌고 농로 건너 창고(작업실)로 향하던 박씨는 창고와 집 사이의 거센 물살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냥 건너가려고 했으면 나도 어떻게 됐을지 몰러…"라며 한숨을 내쉰 박씨는 집 마당에 산처럼 쌓인 살림살이를 보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방법도 잘 모르겠어"라고 하소연했다.

엄정면 지역에 300㎜ 이상의 물폭탄이 떨어진 당일 송씨 부부 집 뒷산에서 쏟아진 물과 토사는 주방 옆 벽을 뚫고 순식간에 그들 삶의 터전을 집어삼켰다.

가까스로 전기를 끊고 이웃집으로 탈출해 목숨은 건졌지만 나중에 돌아온 집 안은 토사가 무릎 높이까지 차 있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암담했다.

서울 사는 딸 등 가족이 모여 토사를 퍼내기 시작했지만 가족과 지인의 도움만으로는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전날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찾아와 거실에 쌓였던 토사를 모두 치워주고 돌아갔다.

거실 한 가운데 토사에 묻혀 있던 거대한 나무 뿌리를 본 의원들은 "이게 어떻게 집 안으로 들어왔지"라며 의아해하기도 했다.

[충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충북 충주시 엄정면 괴동리의 박정순(63)씨가 6일 침수된 가재 도구를 보녀 한숨을 짓고 있다.2020.08.06.bclee@newsis.com
[충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충북 충주시 엄정면 괴동리의 박정순(63)씨가 6일 침수된 가재 도구를 보녀 한숨을 짓고 있다[email protected]
이날도 충주 공군부대 장병 10여명이 찾아와 남은 토사 제거와 못 쓰게 된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밖으로 들어내는 작업을 지원했다.

집 안의 토사를 모두 퍼내고, 살림살이를 모두 치운 뒤에는 만신창이가 된 집을 말리고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해야 한다. 안락한 내 집 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그게 언제쯤일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박씨는 "그동안 40명 정도가 복구작업을 도와주러 왔고, 빨래도 해다 줘 이렇게 (남편과)집 청소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고마워했다.

그는 "거들어 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야 하겠지만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안 되잖아…"라고 말끝을 흐렸다. "재배한 자두와 밤을 이번 주 판매행사에서 팔기로 했는데 틀린 것 같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번 비로 충주 지역에서는 102채의 집이 유실 또는 토사·침수 피해를 당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157명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설치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충주시 당국과 지역 봉사단체는 물론 500여명의 군 장병이 피해지역 복구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수해복구 현장의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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