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는 옛말' 길어지는 장마에 KBO도 구단도 '골치'

기사등록 2020/08/04 06:00:00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2일 오후 잠실구장에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시작할 예정이던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2020.08.02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2일 오후 잠실구장에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시작할 예정이던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2020.08.02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단비'는 옛말이 돼 버렸다. 길어지는 장마에 우천 순연되는 경기가 속출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선수단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3일까지 362경기를 치른 가운데 우천 취소된 경기는 43경기에 달한다.

예년과 비교하면 우천으로 미뤄진 경기 수가 크게 늘었다. 2018년 시즌 전 경기(720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우천 순연된 경기는 41경기 뿐이었다. 올 시즌 절반을 치르는 동안 나온 우천 취소 경기 수보다 되려 적다. 2017시즌을 통틀어 우천 순연된 경기는 40경기였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올해 우천 순연 경기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2019시즌 우천 취소 경기가 42경기가 된 것은 633경기를 치른 시점이었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한층 커지는 여름철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 '단비가 내렸다'고들 했다. 그래도 한숨 돌릴 수 있기 때문. 최근 몇 년 동안 '마른 장마'로 우천 취소 경기가 많지 않았기에 장맛비는 단비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늦어져 일정이 예년에 비해 빡빡한 올해 유독 '마른 장마'가 아닌 '습한 장마'가 찾아오면서 KBO리그 일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 년 동안 '마른 장마'가 이어지다 왜 하필 올 시즌은 다르냐"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3월말 개막 예정이었던 올해 정규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5월초에야 개막했다. KBO는 늦어진 개막에도 팀당 144경기를 모두 치르기로 했다.

개막이 늦어졌음에도 팀당 144경기를 모두 치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올림픽 휴식기로 잡았던 기간에 경기를 재편성하고,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올스타전을 취소하면서 올스타 휴식기도 없앴다.

또 우천 순연된 경기를 최대한 소화하기 위해 더블헤더와 서스펜디드 경기, 월요일 경기 등에 대한 시행세칙도 마련했다.

더블헤더와 서스펜디드 경기, 월요일 경기 등으로 취소된 43경기 중 9경기는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 등으로 소화했다. 나머지 34경기 중 4경기는 10월 더블헤더로 편성했다. 그래도 아직 30경기를 추후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마가 길어져 우천 취소 경기가 늘어나면 추후 편성해야 하는 경기 수도 늘어난다. 혹서기인 7~8월에는 더블헤더나 서스펜디드 경기도 치를 수가 없다. 예년처럼 9월에 태풍이 찾아오면 우천 순연 경기 수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12월 이전에 포스트시즌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를 잡은 KBO 입장에서는 우천 취소 경기 수가 늘어날수록 골머리를 앓는다. KBO는 길어지는 장마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포스트시즌이 12월까지 미뤄지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도 "9월에 태풍이 올 것까지 고려하면 이번주가 고비가 될 수 있다. 이번주에도 우천 취소 경기가 늘어나면 정규시즌 종료일이 11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예비일이 있기는 하지만 우천 취소 경기가 늘면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SK와이번스-LG트윈스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는 안내문이 전광판을 통해 보이고 있다. 이날 취소된 경기는 11일 오후 3시 열린다. 2020.06.1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SK와이번스-LG트윈스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는 안내문이 전광판을 통해 보이고 있다. 이날 취소된 경기는 11일 오후 3시 열린다. 2020.06.10. [email protected]
선수단 입장에서도 경기가 우천 순연되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올스타 휴식기가 없어 가뜩이나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데 경기가 우천 순연되면 월요일 경기를 치르거나 9월 이후 체력 부담이 큰 더블헤더를 해야 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사실 예전 같은 일정이면 비가 오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올 시즌의 경우 시즌 후반 경기가 몰리게 되면 그때 가서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6일 대전 SK 와이번스전이 취소돼 다음 날이 27일 월요일 경기를 치른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은 지난 2일 잠실 LG 트윈스전이 비로 취소되자 "우천 취소가 돼도 선수들이 경기장에 출근해 몸을 푼다"며 "만약 3일에 경기까지 치르면 20일 동안 온전히 하루를 쉬는 날이 없는 셈이 된다"고 토로했다.

비로 인해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 서스펜디드 경기를 치르게 되면 사령탑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월요일 경기를 치르면 7연전을 하게 돼 선발 로테이션을 고민해야 하고, 더블헤더와 서스펜디드 경기가 생기면 불펜 운용을 하는 것도 골치가 아프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즌 도중 경기 수가 축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KBO 관계자는 "이미 계획된 일정이 있고, 팀 간의 균형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시즌 도중 예정된 일정을 바꾸고 경기 수를 줄이는 것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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