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갈 곳 잃은 국산헬기...정부 참여로 개발해놓고 구입은 외면

기사등록 2020/07/30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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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러시아 99.7%, 프랑스 97.2%, 미국 92.5%인데 한국은 11.6%...'

헬기를 자체 개발하는 주요 국가들의 자국 제품 이용률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헬기 개발 국가들은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주도의 국산 제품 우선 구매 정책을 실시하면서 사실상 구매 전량을 자국 제품으로 소화하고 있다. 국산 완제기의 우선 도입 시 외화 유출 방지와 수출 확대 등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정부 5개 기관에서 운용하는 관용헬기 총 121대 가운데 국산헬기는 14대에 불과하다. 정부와 민간 합작으로 개발기간 6년에 개발비 1조3000억원을 들여 완성한 국산헬기 수리온이 버젓이 있는데도 정부부터 국산 사용을 외면하고 있기에 나온 부끄러운 결과다.

현재 정부기관에서 헬기 구매를 놓고 입찰과정에 들어간 곳은 경찰청과 소방청 등이 있다. 두 기관은 수리온과 외산 헬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물론 정부 기관이라도 무조건 국산을 써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다. 금액과 성능, 규모 등을 놓고 면밀이 분석한 뒤 외산이 더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그쪽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게 혈세 낭비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산과 외산이 가격이나 성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에는 우리 항공 기술이 서구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던 게 사실이나 지금은 다르다. 우리가 만든 비행기나 헬기가 세계로 수출되고 있고 다른 항공 선진국가들 제품과 입찰 경쟁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더구나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은 자국산이 수입제품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해도 정부가 앞장서 구매하는 판인데, 우리는 오히려 수입산 헬기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데도 정부 기관에 푸대접을 받는 상황인 것이다.

이같은 논란에 항공업계는 정부가 군용 및 관용으로 항공기 구매·조달 시, 국산 완제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법령 및 행정규칙 제·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국회도 화답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정부조달계약에서 국제입찰의 예외로 인정되는 사항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자국산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이 발의된 상태다.

헬기 구매에 있어 단기적으로 보면 외산이 가격경쟁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민 혈세를 막는 길이 어떤 쪽인지 답이 나와있다. 정부 관계자들의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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