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특설대, 일제 이이제이 전략에 따라 설립
악랄한 활동 탓 일반 사병까지 친일사전 등재
간도특설대 군가 중 '천황은 특설부대를 사랑'
간도특설대 출신 창군 원로 5명 현충원 안장
보수진영에서는 백 장군이 부임한 시기에는 간도에 있던 독립군이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뒤라며 실제로 백 장군이 독립군을 토벌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진보진영은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의 독립군 토벌 이력과 부대 성격을 알고도 가담한 것은 더 큰 잘못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간도특설대는 일제강점기 간도(間島)에서 조선 독립군과 중국인이 연계한 반일-반만주국 투쟁을 진압하기 위해 만주국과 일본 당국이 설립한 부대다. "조선인 독립군은 조선인으로 잡아야 한다"는 일제의 이이제이 전략에 따라 설립됐다.
이 부대는 1938년 일본 관동군 간도특무기관장 오코시 노부오 육군중좌에 의해 창설됐다. 부대장은 일본인이었지만 그 외 장교들은 조선인들이 많았고 병사들 역시 전원 친일 조선인으로 구성됐다. 1기생 모집인원은 228명이었다. 지원조건은 만 18세 이상 20세 미만 간도성 내 거주 조선인 남성 중 보통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과 일본어가 통하는 자였다. 복무연한은 3년이었다.
간도특설대는 게릴라전에 특화된 부대로 육성됐다. 전투 상대인 동북항일연군(東北抗日聯軍) 등 항일조직이 게릴라전을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이들에게 살해된 항일무장세력과 민간인은 172명에 달했다. 간도에 있던 많은 조선인이 체포되거나 강간, 약탈, 고문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 식민지배에 맞선 독립운동을 대거 탄압한 탓에 간도특설대 소속 인물들의 대부분은 친일파로 인식되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일본군 소좌 이상만 등재해놓고 있지만, 간도특설대의 경우 그 활동이 특히 악랄해 대위 이하 장교는 물론 사병까지 전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징병이나 학병 등 상황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제를 위해 싸우게 된 다른 부대의 조선인들과 달리 간도특설대는 사병, 장교 가릴 것 없이 이 부대에 소속됐다는 것 자체가 명백한 자발적 친일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1939년 12월부터 1945년에 해산될 때까지 부대가로 불렀던 노래는 간도특설대의 정신을 보여준다.
광복이후 한국에서 반민특위 등 친일청산작업이 실패한 가운데 구 일본군과 만주군 소속 군인들이 국군 지도부로 편입됐다. 특히 간도특설대 출신들은 게릴라전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 4·3사건 등에서 토벌부대 지휘관으로 참여했다. 백야전사령부를 창설해 지리산 빨치산을 토벌하고 육군참모총장이 된 백선엽이 대표적이다.
간도특설대 복무자 중 가장 유명한 백선엽은 "우리가 진지하게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진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들이 역으로 게릴라가 돼 싸웠으면 독립이 빨라졌으리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라고 회고했다.
신현준 해병대 사령관은 "그때 나는 만주국 내에 특별히 한국인만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창설하려는 데는 어떤 특별한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은가 생각하면서도 자신은 단지 하급 간부 요원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한 처지라 내게 부여되는 임무를 완수하는 데만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다"고 되돌아봤다.
그간 국군 창군 원로 자격으로 현충원에 묻힌 간도특설대 출신은 5명이다. 이들은 모두 2009년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 반민족행위자다. 창군 원로이자 친일 반민족행위자인 백선엽이 현충원에 안장되면 6명으로 늘어난다.
김석범은 봉천군관학교 출신으로 간도특설대에서 항일조직을 탄압했다. 광복 후 국군 해군 중위로 임관해 해군통제부 참모장과 방위사령관 등을 지냈다. 제2대 해병대 사령관을 역임했다. 재향군인회 부회장과 성우회 부회장을 지냈다.
김백일은 간도특설대 창설요원으로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복무하며 항일무장투쟁을 진압했다. 광복 후 국방경비사관학교 교장, 육군보병학교 교장, 제1군단장 등을 역임했다.
송석하는 간도특설대 출신으로 만주군 장교 출신인 박정희와 육군사관학교 동기생이 됐다. 5·16 쿠데타 후 한국국방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김홍준은 간도특설대에서 항일조직 토벌에 나섰고 광복 후 남조선국방경비대 총사령부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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