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못받고 귀국한 응급환자, 국내 병원이 살렸다

기사등록 2020/07/09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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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암 치료 못받고 귀국한 50대 女, 복막염으로 후송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자가격리 기간 중 응급수술 결정
의료진,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방호복 입고 수술 마쳐
환자는 회복 후 안전하게 퇴원…코로나19도 음성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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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지난 4월 14일 오후 7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에 긴급한 환자가 도착했다. 환자는 50대 여성 서지영(가명) 씨로 미국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았던 부위에 천공이 생겨 대장 내 노폐물들이 빠져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환자는 미국에서 수술을 받은 뒤 다른 부위로 전이가 의심됐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개월 넘게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귀국을 결심했다. 하지만 2주 간의 자가격리 때문에 귀국 후에도 치료를 받지 못하다 복막염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오게 됐다.

9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 따르면 당시 당직의였던 김정연 외과 교수는 환자를 보자마자 심각성을 인지했다. 환자는 이미 귀국행 비행기에서부터 천공이 시작됐던 것으로 보여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당시 환자는 2차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어서 감염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의료진은 결과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김 교수는 응급수술을 결정했고 감염 예방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새벽 2시 수술에 들어갔다.

병원 측은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의료진을 투입하고 수술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수술실 감염 예방을 위해 중환자실 음압격리실에서 별도로 기도삽관이 이뤄졌고 음압이송용 카트를 이용해 수술실로 환자를 이송했다.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진은 수술복 위에 레벨D 방호복을 입어야 했다.

김 교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루형성술을 시행했다. 먼저 누출된 노폐물을 배액하고 잔여물을 세척한 뒤, 장루를 만들어 추가누출을 막으며 3시간 만에 수술을 마쳤다.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감염관리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수술을 시행해 접촉자는 나오지 않았다. 병원 측은 수술이 끝난 뒤 수술실 전체를 소독하고 사흘간 수술실을 부분 폐쇄했다.

다행히 환자는 2차 코로나19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 수술 결과도 좋았다. 환자는 장기간의 노폐물 노출로 패혈증이 우려됐지만 잘 극복했다. 일주일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해졌고, 격리병동에서 치료받은 후 안전하게 퇴원했다.

김 교수는 "복막염은 방치하면 사망률이 48%에 이르며 하루가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5~8% 높아지기 때문에 중증도 우선 치료라는 원칙에 따라 감염 위험에도 복막염 환자 치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장암 환자 10명을 수술하는 것보다 힘들었지만 환자분이 건강하게 회복해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코로나19 만으로 인한 사망률은 1%가 안 되기 때문에 코로나 따위에 생명을 살리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이래 호흡기 외 환자 전담 병원 역할을 하며 많은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외과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작년보다 수술 건수가 증가하며 많은 비코로나 중증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복막염 등 복부 감염 환자의 경우 고열이 동반되기 때문에 병원에 오게 되면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분초를 다투는 증상인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수술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치료는 코로나19 환자에 준하는 감염관리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병원은 많은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위기 속에서 감염병에 대한 철저한 매뉴얼을 만들고 이에 따라 치료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우 외과 과장은 "고열이 동반되는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진은 격리까지 각오하며 보통 수술보다 몇 배는 힘든 조건에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검사가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보다 복막염 등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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