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은 지난 26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
이에 따라 조현범 사장은 42.9%에 이르는 지분을 갖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조양래 회장이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음에도 조기에 지분 정리를 한 배경으로 형제경영 이후 발생한 그룹실적 저하와 효성그룹의 경영권 다툼을 꼽고 있다.
조양래 회장이 경영능력면에서 장남 조현식 부회장보다 차남 조현범 사장이 더 우수하다고 판단, '형제의 난'을 막기 위해 지분 승계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조현범 사장은 2013년과 2014년, 2016년 그룹 차원에서 열린 언론행사에서 발표를 전담하는 등 두각을 보여왔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해 초 조양래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후 형 조현식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를 동생 조현범 사장이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를 각각 이끄는 형제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형제경영에 들어선 후 실적이 악화됐고, 변경한 그룹명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명칭에 대해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가 신청한 상호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며 형제경영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2.5% 감소한 1조4357억원, 영업이익은 24.6% 감소한 1058억원에 그쳤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 가동률도 낮아지며 타이어 수요가 감소, 2분기 실적도 우울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미국 상무부가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산 자동차 타이어를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을 보이며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조양래 회장의 형 조석래 회장의 효성그룹에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것도 지분 조기 정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기에 지분 승계를 해 조현범 사장이나 조현식 부회장이 경영권 다툼에 대비하기 위한 무리수를 두는 것을 막고, 그룹이 미래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그룹 내에서는 임원들간의 줄서기와 제사람 챙기기 등 형제경영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이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몰아준 것은 조현범 사장의 경영능력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그룹의 분열을 막기 위한 결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