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기준 재난지원금…일시적 소득역전 무방비·형평성 쟁점

기사등록 2020/04/03 18:42:36

5월 전 대상자 선정·지급까지 가능한 게 '장점'

일부 직장인이나 지역가입자 재작년 소득 반영

소득하위 70% 기준 탓 '소득역전' 방지는 못해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2020.04.0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2020.04.0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정부가 늦어도 5월 최대 100만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3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정했다.

건강보험은 전 국민의 97%가 가입한 제도로 별도 조사 없이 간단한 확인만으로 대상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 누구나 자신이 대상에 해당하는지 쉽게 추정해볼 수도 있다.

부동산 등 재산이 반영되지 않는 직장인에 대해선 별도로 기준을 마련해 대상자에서 제외키로 했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은 올해가 아니라 재작년인 2018년 소득이 보험료에 반영돼 있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득 감소분을 적용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기존 복지제도와 달리 선정 여부에 따른 일시적인 소득 역전 현상까지는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선별적 복지제도가 갖는 단점은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에서도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왜 건보료인가?…별도 조사 없어도 되는 '신속성'

정부는 3일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 결정된 선정 기준 원칙을 발표했다.

대상자는 올해 3월 본인 부담 건강보험료 합산액이 소득 하위 70%다. 지급 금액은 가구원 수에 따라 1인 40만원, 2인 60만원, 3인 80만원, 4인 이상 100만원이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선택한 건 신속성이 주된 이유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하위 70% 대상자에게 신속하게 지원하면서도 생활수준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점을 균형 있게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료는 가장 최신의 자료를 활용해 대상자를 신청할 수 있고 직장 가입자는 1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전월 소득을 바로 반영할 수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상 수급 대상자를 선정할 때 활용하는 소득인정액은 1명을 조회하는 데 약 일주일이 걸려 산술적으로 대상자 선정까지 2~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결국 5월까지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은 정부의 편이 아니었다.

◇기준중위소득 150% 구간, 건보료로 이미 파악

직장 가입자(직장가입자 및 피부양자로만 구성)의 경우 본인부담 건보료가 1인 가구는 8만8344원, 2인 15만25원, 3인 19만5200원, 4인 23만7652원 이하면 지원 대상이 된다.

지역 가입자(지역가입자로만 구성) 지원 상한선은 1인 가구 6만3778원, 2인 가구 14만7928원, 3인 가구 20만3127원, 4인 가구 25만4909원이다.

직장·지역 가입자가 모두 있는 혼합가구라면 2인 가구 15만1927원, 3인 가구 19만8402원, 4인 가구 24만2715원이 된다.

이런 기준은 지역 사회서비스 이용자 등을 건강보험료를 토대로 선정할 때 기준중위소득 150% 구간에 해당한다.

즉,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정하면서 건강보험료를 활용하면 별도 선정 기준 금액 등을 마련하지 않아도 됐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국민들을 서둘러 지원하기에 건강보험료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서울=뉴시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지급 대상인 소득 하위 70%를 정할 때 건보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다만 고액자산가는 컷오프(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지급 대상인 소득 하위 70%를 정할 때 건보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다만 고액자산가는 컷오프(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직장인 재산 반영 안되고 재작년 소득 반영될 수도

그러나 건강보험료에도 한계는 있다.

우선 직장 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가 월 보수에만 보험료율(6.67%)을 곱해 계산되기 때문에 부동산 등 보유한 재산을 소득 수준에 반영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해당되더라도 고액자산가는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 구체적인 적용 제외 기준 등은 관련 공적자료 등을 추가 검토한 후 공개한다.

또 다른 한계는 건강보험료 반영 시점이다.

현재 상시 노동자 100인 이상 사업장은 보수월액 변경 신청이 2016년부터 의무화돼 있다. 올해 소득 변경 사항을 즉각 건강보험공단에 알리고 있는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올해 소득이 3월 보험료에 반영돼 있다.

하지만 신청을 하지 않은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작년도 아닌 재작년 소득이 보험료에 반영된다.

사업장들은 지난해 보수 변동분을 다음해 4월 전까지 확정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올해 3월분 보험료는 2018년 보수가 반영돼 있다. 2019년 보수는 사업장이 변동분을 신고한 4월부터 12월까지 적용된다.

보수월액 변경 신청을 하지 않은 직장인들은 올해 3월 보험료가 2018년 보수에 2020년 보험료율이 곱해져 부과됐다는 얘기다. 2020년 보수는 내년 4월 사업장이 신고를 하면 그때 반영된다. 직장인들이 매년 4월마다 보험료를 추가로 더 내거나 돌려받는 것도 이처럼 실제 보수 반영 시점에 차이가 있어서다.

지역 가입자는 전부 2년 전 소득을 기준으로 97등급으로 나뉜 등급별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있다.

◇소득역전방지 장치 없는 재난지원금…"증빙시 반영"

나아가 선별적 복지제도가 지닌 한계를 이번 긴급재난지원금도 가지게 됐다. 일시적인 소득 역전 현상이다.

월소득 수준이 50만원 차이가 나지 않는 A가구와 B가구가 있다고 예를 들어보자. A가구는 지원 대상이 되고 B가구는 해당하지 않는다면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소득 수준이 50만원 낮았던 A가구의 소득이 일시적으로 B가구보다 50만원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줄이기 위해 복지부는 그간 기초연금(소득 하위 70%)이나 소득 하위 90%에게 지급하던 당시 아동수당 등에 '소득 역전 방지 감액' 구간을 마련했다. 선정기준액에 조금 미치지 못해 선정된 가구에는 정액이 아니라 탈락 가구 소득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감액해 연금이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에서 이 같은 소득 역전 방지 감액은 적용하지 않는다.

지역 상품권이나 전자화폐 등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현금처럼 일률적으로 감액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원되는 다른 복지 제도와 달리 일회성 지원 대책이기 때문에 감액 조처로 형평성을 확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가구원 수에 따라 지원 수준을 100만원 등으로 정해놓은 상태에서 가구별로 지원 규모를 달리 적용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이 같은 지적에 정부는 별도로 소득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국민이 증빙하면 가능한 최신의 소득 상황을 반영하고 소득 역전에 따른 형평성 논란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양성일 실장은 "최근 급격히 소득이 줄어들었으나 건강보험료에 그 소득이 반영되지 않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관련 소득을 증빙해 신청하실 경우 소득 상황을 반영하여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