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제 부분 '셧다운'…역대 최장 경기 수축기 확실시

기사등록 2020/03/31 11:04:59

2017년 9월 정점 후 29개월째 하강…"훨씬 더 길어질 것" 전망

생산 급감…숙박업 -32.6%, 음식점업 -16.5% 항공운송업 -33.1%

車부품 공급 쇼크에 제조업 생산 금융위기 후 최대 폭 -4.1%↓

사회적 거리 두기에 소비 -5.0% 급감…車 등 투자도 -15.4% 감소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한 백화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11.semail3778@naver.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한 백화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생산과 투자, 소비 등 3대 경기 지표가 한꺼번에 고꾸라졌다.

2017년 9월부터 시작된 경기 수축세는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로 넘어오면서 힘겹게 멈추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블랙 스완'(black swan·예기치 못한 위험)이 덮쳐 오면서 반등 자체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2015년=100)는 지난달 99.8로, 전월보다 0.7포인트(p) 하락했다. 미래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함께 지난해 12월(0.3p)과 올해 1월(0.3p)까지 두 달 연속 오르다 큰 폭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경기 회복 낙폭은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월(-0.7p) 이후 가장 컸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현재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하는 제11순환기에 속해 있으며 경기가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후 올해 2월까지 29개월째 하강 국면에 속해 있다고 판단한다. 국내 경기는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제6순환기(1993년 1월~1998년 8월)에 29개월간 수축했던 적이 있다. 지난해 말 가까스로 반등하는 듯했던 경기가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맞아 전에 없던 강도로 위축되는 모습이다. 통상 통계청에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상승세가 최소 5개월은 지속돼야 경기 반등의 신호로 해석한다.
[서울=뉴시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보합(0.0%)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경제심리지수, 장단기금리차 등 선행 지수를 구성하는 지표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외적 충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 지표를 토대로 향후 경기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일부 구성 지표는 3월 기준 이미 큰 하락세를 나타냈는데, 2월 기준 선행 지수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선행 지수가 현재의 경기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표를 연기한 바 있다"고 했다.

동행 지표를 구성하는 지표 모두가 큰 폭으로 후퇴한 영향이었다.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는 107.0으로 전월(110.9)보다 3.5% 하락했다. 구제역 파동이 있었던 2011년 2월(-3.7%)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외출 자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업에서 타격이 특히 컸다. 서비스업 생산은 2000년 지수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폭인 -3.5%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18.1% 급감했다.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이다. 휴양콘도운영업(-41.2%), 여관업(-29.5%), 호텔업(-23.2%) 등 숙박업(-32.6%) 생산 실적이 모두 부진했다. 이와 함께 음식점·주점업 생산도 전월 대비 15.9% 줄었다. 음식점업(-16.5%)과 주점 및 비알코올 음료점업(-13.8%)에서 생산이 모두 사상 최대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공표하고 있다. 2020.01.3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공표하고 있다. 2020.01.31. [email protected]

운수·창고업(-9.1%)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분명하게 감지됐다. 항공운송업(-33.1%)에서 감소폭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여객 운송업에서의 감소폭이 -42.2%로 특히 컸다. 육상운송업(-8.1%) 생산도 역대 최대 폭으로 후퇴했다. 철도 운송업(-34.8%), 육상 여객 운송업(-9.1%), 도로 화물 운송업(-7.0%) 등에서 실적이 모두 부진했다. 여행사 및 기타 여행 보조 서비스업 생산의 감소폭은 -45.6%로 지난달 역대 가장 컸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도·소매업 생산 역시 얼어붙었다. 생산 공장 중단 등 영향이 있었던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 생산이 전월 대비 -8.0%, 소매업 생산도 -6.8% 뒷걸음질했다. 섬유·의복·신발 및 가죽제품 소매업(-23.3%), 문화·오락 및 여가 용품 소매업(-8.9%), 연료 소매업(-2.7%), 음·식료품 소매업(-2.2%) 등 생산이 모두 줄었다.

광공업 생산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10.5%) 이후 11년6개월 만에 최대 폭인 3.8%가 줄었다.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등 부품 공급 부족에 따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자동차 생산은 대규모 파업이 있었던 2006년 7월(-32.0%) 이후 13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27.8%)으로 후퇴했다.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3.1% 늘었지만, 자동차 산업과 전·후방으로 연관된 전기 장비(-9.0%), 기계 장비(-5.9%) 등 생산이 줄줄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생산도 2008년 12월(-10.7%) 이후 최대 폭(-4.1%)으로 후퇴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2020.03.31.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구성하는 지표 중 하강 폭이 가장 컸다.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105.9로, 전월(112.6)보다 6.0% 내렸다. 2011년 2월(-7.0%) 이후 9년 만에 최대 폭의 하강이다.

의복,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 소비가 –17.7%, 가전제품, 가구,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가 –7.5%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뒷걸음질했다. 음식료품, 화장품,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 소비도 -0.6%의 감소폭을 보였다. 소매업태별로 보면 면세점(-34.3%)과 백화점(-22.8%)서의 소비가 크게 줄었다.

중국발 자동차 부품 공급 쇼크는 투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설비투자지수는 101.8로, 전월(106.9) 대비 4.8% 하락했는데, 자동차 등 운송 장비 투자가 15.4% 크게 줄었다.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지난해 9월 이후 5달 만에 '트리플' 감소세를 나타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를 두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실물 지표로 본격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전망도 암울하다. 안 국장은 "3월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기도 했던 달"이라면서 "국내에서도 감염 예방을 위한 소비 패턴이 변화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는 등의 영향이 3~4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역시 "금융 시장 불안, 글로벌 수요 위축, 공급망 교란 등 3월 이후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경제에는 부분적인 '셧다운'(shutdown·폐쇄)이 진행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의 '더블딥'(double dip, 경기 침체 후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침체 현상)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초토화되고 있는 상태"라면서 "역대 최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는 이번 사태로 훨씬 더 길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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