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치열하니까 청춘이다…뮤지컬 '미스트'

기사등록 2020/03/26 18: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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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뮤지컬 '미스트'. (사진 = 더웨이브 제공) 2020.03.2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와 조선귀족, 평행선을 달릴 것 같던 이들의 만남은 예상대로 파국으로 치닫는다.

뮤지컬 '미스트'는 일급 조선귀족의 자녀들인 '김우영'과 '나혜인'이 동경 유학에서 돌아와 경성의 바(bar)인 '마루비루'에서 '아키라'와 '이선'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한일병합조약에 순종 황제의 비준 절차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이 더해진 팩션. '안개 속, 은밀한 인연'이라는 부제처럼 안개 같은 암울한 시대를 사는 이들의 삶은 거짓말 같다. 그들의 외피는 바람 불면 그냥 날아갈 듯한 홑이불을 덮었다. 내면은 폭풍 속 바다처럼 항상 너울거린다. 

아키라와 김우영과 나혜인이 동경에서 만났던 인물이다. 아키라는 베일에 쌓여 있다. 그런데 그로 인해 나혜인은 변화한다. 그녀의 삶은 아키라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안개로 뒤덮인 거대한 칠흑덩어리 밤 같은 시대에서 다른 줄기의 빛을 보고 용기를 낸다.

극 속에서 전환점이 되는 장면은 김우영과 나혜인 그리고 아키라가 동경에서 나란히 하나비 마츠리(불꽃놀이 축제)를 보는 풍경이다.

우연히 만난 세 사람의 운명이 본격적으로 엇갈리는 시점. 이후 그들을 둘러싼 안개가 더 짙어지고, 각자의 세계의 끝이 결국 흐릿하게 마무리될 때 슬픔은 세차게 퍼붓는다. 객석 곳곳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뮤지컬 '미스트'. (사진 = 더웨이브 제공) 2020.03.26. realpaper7@newsis.com
이은영 작가와 남지영 작곡가가 협업한 이 작품은 오랫동안 개발돼왔다.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뮤지컬창작아카데미(AKAMA) 쇼케이스 최종 선정작에 뽑혔고, 2017년 '조선귀족'이라는 제목으로 쇼케이스를 올렸다. 이후 이번에 정식 공연으로 선보이게 됐다.

이야기가 다소 평면적이라는 인상을 안기지만 하루에도 끝없이 죽고 또 사는 청춘들이 엄혹한 시기에 몸부림치는 이야기는 뜨겁다. 재즈, 발라드, 모던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음악도 전반적으로 귀에 척척 감긴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펄떡이게 만든다. 아키라 역의 김종구와 정민, 김우영 역의 정원영, 안재영, 손유동, 나혜인 역의 최연우와 김려원, 이선 역의 최석진과 백기범 등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다. 이들로 인해 열혈 청년들이 벌이는 치열한 삶의 끝이 더 아련하다. 결국은 청춘의 이야기, 그래서 더 공감대를 안긴다. 29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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