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금 부담 줄이는 정부…새 요금체계 짜던 한전 '좌불안석'

기사등록 2020/03/26 11: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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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주문에 산업부, 전기요금 납부 면제·유예 검토
정부 정책에 민감한 한전 실적...지난해 1조3000억 적자
주택용 누진제·온실가스 배출권·미세먼지 저감대책 등 영향
'새 요금체계'로 재무구조 개선 추진..."상반기 안에 윤곽"

associate_pic4[세종=뉴시스]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2019.09.03.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승재 장서우 기자 =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두고 한국전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요금 체계를 새로 만들어 재무구조를 개선하자는 게 기존 방침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한 정부가 각종 공과금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말을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이다.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요금 납부를 유예 또는 면제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런 논의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생계 지원책을 주문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에 따른 민생 타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공과금을 언급한 것이다.

전기요금과 관련된 지원책이 나와도 요금 면제보다는 유예 쪽으로 세부 시행계획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산업부는 이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지역 소상공인에게 전기요금 50%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한 예산은 730억원에 달한다. 추가적인 전기요금 감면을 위해서는 그만큼 예산을 더 짜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원 대상 등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한전 실적은 정부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낸 입장에서 전기요금과 관련된 논의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전은 지난해 주택용 누진제를 개편하면서 2800억원가량의 전기요금을 깎아줬다.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무상할당량 축소 등으로 환경 관련 비용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전은 온실가스 배출권 구입을 위해 약 7000억원을 썼다.

미세먼지 저감대책도 앞으로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노후 석탄발전기의 가동을 정지시켰고 발전출력도 80%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손실을 메꾸기 위해 준비 중인 것이 새 전기요금 체계이다. 앞서 한전은 올해 6월 말까지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한 정부의 인가를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주택용 누진제 개편을 결정한 이후 이사회 논의를 통해 나온 공시한 내용이다.

한전은 전기 요금의 이용자에 대한 부담 원칙을 세우고 현재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소비자가 스스로 전기 사용 패턴을 고려해 다양한 요금제를 고를 수 있는 선택적 전기요금제도 만들기로 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 개선과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등도 개편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전기 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내려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2018년 기준 958만 가구가 혜택을 봤고 총 할인액은 4000억원에 달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옥 전경.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된 논의는 4·15 총선 이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표심을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전기요금과 관련된 논의는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논의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렇다고 상장사가 불어나는 손실을 그대로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뉴욕 증권 시장에도 상장된 한전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전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40% 가까이 빠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9일에는 52주 최저가(1만5550원)를 찍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기 사용량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무리했다"며 "상반기 안으로 전기요금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suw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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