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끝없는 한진가 남매싸움…주총으로 종료돼야

기사등록 2020/03/23 19:53:00

5년 계약으로 묶인 3자연합…공방전 지속하면

소모성 싸움에 항공업 본연 경쟁력 타격 우려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코로나19로 온통 난리인데도 이는 아랑곳않고 '상대 쓰러뜨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곳이 있다. 한진 오너가의 '남매의난'을 둘러싼 이야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맞서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위시한 3자연합은 연일 서로를 향해 물어뜯기가 한창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체가 셧다운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에겐 그게 급한 게 아니다.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이기는 게 더욱 중요하기에 코로나 문제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조 회장 측은 "현 경영 체제가 위기 타개에 적합하다", 3자 연합은 "새 전문경영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신경전만 반복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참여하는 3자연합은 이달 들어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 제기를 시작으로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을 찬성한 의결권 자문사에 대한 비판 등을 줄기차게 이어왔다.

이 같은 공세에 한진그룹도 적극 반박하며 맞섰다. 한진그룹은 3자 연합이 제기한 리베이트 의혹을 정면 부인하고 주주연합의 반도건설에 대한 허위공시 논란을 꺼내들었다. 또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안을 반대한 의결권 자문사에는 신뢰성이 부족하다 지적하고, KCGI에는 사모펀드의 존속기간을 들며 '먹튀'라고 비난했다.

전체 한진그룹 직원은 물론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코로나 문제에도 안심하고 탑승할 수 있는 항공사가 될 수 있느냐가 당연히 최대 관심사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너가의 소모전이 빨리 끝나야 한다는 건 불문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싸움이 27일 열리는 주총에서도 완전히 종식되지 않을수도 있다는데 있다. 3자 연합은 5년 계약으로 서로가 연결돼 있다. 계약을 먼저 파기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른다. 적어도 5년간은 헤어지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들 3자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설령 뜻을 이루지못하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조 회장 체제에 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또다시 올인해야 하고, 그렇게되면 한진가 분쟁은 계속 진행형 상태가 된다. 승객과 한진 직원들 문제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조원태 남매간의 대승적인 합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총이 끝나고 한쪽의 승리가 선언되면 아량과 승복의 정신으로 사태를 마무리시키는게 오너가도, 한진그룹 전체도,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일반국민에게도 이롭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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