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코로나지만 웃음꽃 활짝...'스웨그에이지: 외쳐, 잔칫날'

기사등록 2020/02/27 09:26:15

[서울=뉴시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스페셜 공연 '외쳐, 잔칫날!'.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2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스페셜 공연 '외쳐, 잔칫날!'.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5일 오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하는 그 순간에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는 딴 세상이었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스페셜 공연, '외쳐, 잔칫날!'이 열렸다.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전 배우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드문 풍경으로 뮤지컬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공연이다.

한국 뮤지컬계에서 주요 배역을 여러 명이 날마다 번갈아 연기하는 더블 또는 트리플 캐스팅이 일반화됐다. 각기 다른 매력을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한 배역에 캐스팅된 이들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면? 이날 주인공 '단' 역에 동시 캐스팅된 양희준·이휘종·이준영이 1막에서 핵심이 되는 '새로운 세상'을 한명 씩 등장해서 부를 때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됐다.

천둥벌거숭이 같던 단이 세상의 지난함을 깨닫고 자각하는 장면에서 이날 전반부 메인 '단'으로 나선 양희준에 이어 이휘종, 이준영이 가세하면서 부르는 '새로운 세상'의 삼중창은 본 공연의 독창이 주는 쾌감을 넘어섰다.  

이밖에도 '진' 역의 김수하와 정재은이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 연기했다. '조노'역의 이동수와 심수영은 쌍둥이 조노로 등장했다. 

이날 공연의 또다른 특징은 영화 감독판 같은 구성이었다. 기존 본 공연과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다. 주로 이 공연을 봤던 관객들이 몰린 덕에 달라진 부분에서 큰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막의 오프닝 '조선시조자랑' 장면이 대표적이다. 남, 녀로 각기 구성된 두 팀이 노래를 바꿔 불렀고 극 중 강압적인 절대 권력자의 모습으로만 비춰졌던 홍국 역의 최민철·임현수가 예선의 참가자로 등장해서 양준일의 '리베카'를 열창하기도 했다.

깜짝 게스트도 등장했다. 15년 만에 열리는 '조선시조사랑'을 축하하러 온 초청 시조 꾼으로 배우 조형균이 얼마 전 열연했던 뮤지컬 '시라노'의 '거인을 데려와'를, 윤공주는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의 '마리아'를 불렀다.

코로나 19에도 객석에는 관객으로 가득 찼다. 최근 혼란한 시국에 불안, 걱정이 앞섰던 관객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웠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스페셜 공연 '외쳐, 잔칫날!'.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2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스페셜 공연 '외쳐, 잔칫날!'.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2.26. [email protected]
'스웨그 에이지'는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있는 조선시대 시조문화를, 대한민국 젊은 세대에서 '스웨그'의 상징으로 통하는 힙합문화로 치환한 점이 탁월하다.

부당한 세상에서 약자로 살아오며 마음 속에 켜켜이 쌓여 굳어진 슬픔을 한자락 시조에 담아 털어내는 백성들의 흥을 그렸으니 잠시나마 걱정을 접어둘 수 있다.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며 물음표를 찍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연 관계자들에게 공연은 생업이다. 회사원들이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과도 같다. 재택근무는 불가능하다.

관객들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마스크도 없이 노출되는 배우들, 그리고 근접거리에서 사람을 맞이하는 스태프들은 더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공연을 열어도 관객은 평소보다 적으니 올릴수록 손해다. 하지만 사명감이다.

그러니 주최 측이든 관객이든 더 조심한다. 공연장은 저마다 방역을 강화했다. 관객들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손 세정제를 수시로 사용한다. 오히려 이곳은 안전지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날 공연이란 배우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공연장과 스태프만 있다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관객들이 있을 때 배우들은 놀라운 에너지와 집중력을 보여주고, 그 순간만큼은 유일무이한 경험이 만들어진다. 이런 시국에 우리가 함께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연대,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공연을 통해 확인한 자리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그 유명한 문구를 빌려온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한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4월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28일 100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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