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해진 자산운용업계..구조조정설까지

기사등록 2020/02/27 06:05:00

2015년 90개 업체에 불과한 운용사 지난해 292개로 4년동안 69% 증가

292개 업체 중 수탁고 0원 운용사 30개업체, 당기순손실 89개 업체 집계

`돈줄' 연기금 은행 등, 거래 자산운용사 재평가 움직임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최근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과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자산운용업계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라임을 둘러싼 판매사간의 복잡한 소송전을 계기로 검증되지 않은 자산운용사와 거래를 꺼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펼치던 국·내외 자산운용사는 90개 업체에 불과했다. 이는 전문, 종합자산 운용사 등을 포함한 숫자다. 사모전문자산운용사는 19개 업체 뿐이었다.

이후 금융당국이 2015년 10월 사모 운용사 설립 기준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고 자본 20억원, 전문인력 3명 이상만 갖추면 되도록 장벽을 낮추자 운용사들의 설립이 본격화됐다.

90개 업체에 불과하전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은 4년만에 292개로 69%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기간 사모전문자산운용사는 217개로 91.24% 증가세를 보였다.

사모펀드 설정액 규모도 크게 증가했는데 규제 완화시점인 2015년에는 200조원에서 지난해는 두배 가까이 증가한 4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문제는 자산운용사들이 많아지고 사모펀드 설정액 규모가 커지면서 동시에 부실기업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수탁고(은행 따위의 금융 기관이 고객이나 다른 금융 기관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재산의 총량)가 0원인 자산운용사는 30개 업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 등록을 마쳤지만 사실상 펀드 설정 등 영업을 하지 않는 등 무늬만 자산운용사인 업체들이 전체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262개 업체들을 살펴보면 자본총액이 지난해말 기준으로 20억 이상인 기업은 전체 자산운용사들중 217개에 불과했다. 75개 업체의 자본총액이 20억원에 미달했다.

이중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업체는 89개 업체에 달한다. 173개 업체는 당기순이익 측면에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회사별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1383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1위를 기록했고 삼성자산운용 537억원으로 2위에 올랐다. 삼성에스알에이자산운용은 466억원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뒤를 이어 KB자산운용 455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 404억원, 이지스자산운용 282억원, 신한비엔피파리바자산운용 234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 217억원, 케이디비인프라자산운용 194억원 등이다.

적자는 면했지만 연간 순이익이 10억원 미만인 기업도 16개 업체나 존재했으며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연간순이익을 기록한 업체는 58개 업체에 달했다.

즉 상위 10여개의 자산운용사를 제외할 경우 3분의 2 이상이 적자를 기록하거나 지난해 100억 미만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자본금 유지 조건인 7억원에 미달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퇴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진입기준이 낮아져 겉모습만 사모펀드인 업체들이 다수 설립된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대규모 솎아내기가 본격화될 경우 또 다른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라임사태가 수면위에 올라오기 전에는 많은 운용사가 영업적자를 기록해도 금감원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제와서 규제를 통해 자산운용사 퇴출을 한다는 것은 정부가 개인의 일자리와 회사를 강제로 빼앗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각을 세웠다.

연기금 관계자는 그러나 "라임 사태를 계기로 일부 거래 자산운용사를 교체할 계획"이라며 "자산운용업계 양극화 현상은 어쩔수 없는 시장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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