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맨스 소설업계, '인종차별' 논란에 발칵…협회 집행부 사퇴까지

기사등록 2020/01/14 14:29:23

중국계 여성작가가 동료작가의 작품을 "인종차별"로 비난

로맨스작가협회, 문제제기 작가 징계해 역풍 초래

[서울=뉴시스] 미국에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로맨스 소설 '섬웨어 라이스 더 문'의 표지. <사진출처:아마존 닷컴>2020.01.14
[서울=뉴시스] 미국에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로맨스 소설 '섬웨어 라이스 더 문'의 표지. <사진출처:아마존 닷컴>2020.01.14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미국 출판시장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로맨스 소설업계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발칵 뒤집혔다. 미로맨스작가협회(RWA) 집행부가 물러났는가 하면, 로맨스소설계 최고상인 RITA상이 취소됐고, 연례 로맨스 소설작가 컨벤션에 주요 출판사들이 참가 보이콧을 선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태는 코트니 밀란이란 작가로부터 시작됐다. 중국계인 유명 로맨스 소설 작가로 다양한 인종과 나이 대의 캐릭터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호평받아온  밀란이 지난 8월 소셜미디어에 유명작가인 캐스린 린 데이비스의 1999년도 소설 '섬웨어 라이스 더 문(Somewhere Lies the Moon)'을 "빌어먹을 인종주의 잡탕"으로 맹비난한 것. 특히 중국계인 여자주인공을 묘사하면서 '노란 피부' 등 인종주의적인 묘사를 남발하고, 동서 문화를 상투적으로 비교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밀란은 또다른 작가 수전 티스데일과 편집자 수 그림쇼에게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특히 그림쇼가 평소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과 불법이민자 체포정책 등을 지지하는 트위터 활동을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데이비스와 그림쇼는 RWA를 통해 밀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데이비스는 밀란이 RWA의 소셜미디어 정책을 위반했고, 자신의 명성에 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해 8월에는 티스데일과 RWA의 헬렌케이 다이먼 회장이 밀란에게 RWA 윤리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몇개월 지난 지난해 12월 RWA 집행부는 밀란의 회원자격을 박탈하고 1년간 내쫒는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더 크게 확대됐다. 앨리사 콜이란 작가가 지난해 12월 23일 트위터에 밀란을 둘러싸고 그동안 벌어져왔던 일과 RWA의 대응과정을 폭로하면서, 이 문제가 일반 대중에게까지 알려지게 된 것이다.  밀란과 콜은 로맨스 소설업계에서 다양성에 주력하는 작가들로 잘 알려져 있다.

팬들과 대중의 반응을 뜨거웠다. 밀란을 징계한 RWA을 향해 문제제기를 수용하는 대신 '검열'을 자행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 동료작가들도 RWA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로맨스소설계의 '거물'로 꼽히는 노라 로버츠와 휴고상에 후보로 오르기까지 한 에로티카 작가 척 팅글까지 공개적으로 밀란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없이 확대되자 결국 RWA 집행부는 지난 1월 6일 사퇴를 발표했고, RWA가 주관해온 RITA상도 취소해버렸했다. 이에 하머스콜린스, 할리퀸 등 대형 출판사들은 상황을 이 지경까지 오도록 만들어 RITA상까지 취소해버린 RWA를 비난하면서 RWA2020 컨퍼런스 스폰서 취소를 발표했다.

아름다운 백인 여성과 멋진 백인 남성 주인공이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로맨스 소설의 상투적인 묘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판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미국 로맨스 소설업계 내부에서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으로 볼 수있다.

미국의 로맨스소설 시장은 최소 1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미 출판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로맨스 소설업계 및 작가들이 앞으로 인종적 다양성에 대한 요구를 어떻게 수용해낼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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