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광화문 일대 집회·시위 소음 방치할 건가

기사등록 2019/12/02 18:01:38

최종수정 2019/12/02 18:16:43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이중커튼을 치고 이중창을 닫아도 시끄럽다. 주말에 집에 있을 때면 머리가 아프다. 마을 전체가 주적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주말에 딸 아이가 혼자 집에 있다가 집회·시위 때문에 울음을 터트렸다. 방음을 위해 집 앞에 철판으로 가건물을 세우고 창을 달았다. 불법건축물이라서 서울시 도시재생과에 매년 1000만원씩 과태료를 내고 있지만 내 목숨값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복궁 내 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된 제3차 광화문광장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토론회는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극성스러운 각종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피해를 입은 광화문 인근 주민들의 성토장으로 변해 버렸다. 1, 2차 토론회 때도 집회·시위의 자유와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서로 충돌했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적극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그 자유가 누군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 인근 주민들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토론회에서 서울시 등에 소음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 것도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광화문이나 청와대 인근에서 벌이는 집회·시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주미대사관, 헌법재판소 등 주요기관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는 한 이 일대에서 집회·시위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모른척 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광화문 일대 주민들은 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위반 즉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주거지역에 한해 심야·새벽시간 집회의 소음 규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소음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광화문광장 집회·시위는 문화재 훼손, 노상방뇨, 음주, 소음규제 위반, 무단횡단 등 위법 천지다. 이런 상황에서 과태료 몇 푼 때문에 준법정신이 생길리 만무하다. 이희훈 선문대학교 교수도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소음 기준을 엄격하게 지킬 집회·시위였으면 이런 문제 자체가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실질적인 해법은 집회·시위 문화를 성숙하게 바꾸는 것이다. 확성기를 통해 구호를 외치는 것만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작은 촛불을 드는 것, 마스크를 쓰고 같은 색의 옷을 입는 것, 같은 모양의 탈을 쓰는 것 등 작은 행동도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다.

광화문 촛불집회가 처음 시작됐던 2017년 인근 찻집을 찾았었다. 당시 그 찻집 주인은 집회·시위로 인해 장사가 어려운 데다, 삶의 질도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토로했었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2019년 다시 그 찻집을 찾았더니 이미 문을 닫은 후였다. 그가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때문에 이곳을 떠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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