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주가 2배로 올리는 증권사 리포트..`뒷북 논란'

기사등록 2019/12/03 06:31:00

갑자기 목표주가 2배로?...신뢰성 저하

전문가들 "기업 평가 게을리한 결과" 지적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증권사들이 뒤늦게 목표주가를 급격히 올린 경우가 많아지면서 비판이 제기된다.

기업의 펀더멘털 변화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약 한 달간 목표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은 KH바텍, 더존비즈온, 아모레퍼시픽, 기아차, 현대모비스, 아모레G 등이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7일 발간한 '이제 시작이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KH바텍의 목표주가를 종전 제시액 1만5000원보다 100% 상향한 3만원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김 연구원이 올 한해 발간한 리포트에서도 KH바텍의 실적 개선에 대한 내용이 다수 담기면서도 올라가지 않던 목표주가가 한번에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김 연구원은 KH바텍에 대한 보고서를 올해 1월16일 처음 작성하며 올해 1분기 이후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제시액과 똑같은 1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6월7일과 7월11일 발행한 리포트에서는 KH바텍이 3년의 부진을 뒤로하고 성장궤도에 진입할 수 있으며 14분기만에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예상을 내놨지만 목표주가는 그대로 유지했다.

8월16일에도 KH바텍에 대한 리포트를 내놨지만 폴더블 핵심 부품 생산으로 향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후한 평가에도 목표주가는 그대로 1만5000원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올 한해 발행한 KH바텍을 다룬 5건의 리포트에서 모두 기업의 펀더멘털 분석과 시장 전망이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유독 11월 27일에만 목표주가를 올렸다.

목표주가를 올린 이유는 폴더블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부터 수혜가 본격화될 수 있고 향후 신성장 산업으로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KH바텍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폴더블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왔기에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NH투자증권 이규하 연구원은 KH바텍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목표주가를 2만3000원으로 제시한바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회사 주가의 경우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에서 지난달 31일 목표주가를 종전 제시액인 15만원 보다 66.67% 상향한 25만원으로 제시했다.

조미진 NH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8일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턴어라운드로 보기에는 3분기 실적이 부족하다면서 목표주가를 15만원으로 유지했다.

조 연구원은 당시 이 주식이 14만원 후반부터 15만원 초반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목표주가로 15만원을 제시했다. 아모레퍼시픽 주식이 더 오를 수 없다고 예상한 것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같은 달 30일 3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한 이후 이 회사 주가는 18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급변하자 조 연구원은 10월31일 '믿고 사야할 타이밍'이란 제목으로 리포트를 내고 목표주가를 25만원으로 한번에 10만원을 올렸다.

실적이 발표되기 약 2주전까지 3분기 실적이 예상을 하회할 수 있다면서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가 깜짝 실적이 발표된 이후 부랴부랴 목표주가를 올린 셈이다.

최근 한달간 목표주가 상승률 3위를 기록한 기아차는 어떨까. 

김동하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기아차를 다룬 '10년만에 돌아온 삼총사'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하며 목표주가를 3만2000원에서 5만3000원으로 65.62% 올렸다.

그런데 김 연구원은 올 한해 기아차에 대한 단 한건의 리포트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연구원이 주로 작성했던 업체는 제로투세븐, 도이치모터스, 슈프리마 등이다.

한화투자증권에서 기아차를 다룬 리포트는 1월10일 류연화 연구원이 작성했던 것이 전부다. 당시 류 연구원은 단기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요소를 반영해 3만20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최근 기아차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한 김 연구원은 류 연구원이 제시한 목표주가를 현 상황에 맞춰서 적당히 조정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1월이후 기아차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이 이뤄진 뒤 목표주가가 설정됐는지는 의문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증권사 연구원들의 현실성이 없는 목표주가 제시는 결국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30% 이상 목표주가를 올리는 것도 찾아보기 힘든데다 애널리스트가 특정 종목에 목표주가를 올릴 때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는데 우리나라는 마음대로 설정하는 느낌"이라며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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