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독일 바리톤 괴르네 "조성진은 환상적인 연주자"

기사등록 2019/09/11 16:16:06

유럽에 이어 한국서 가곡 리사이틀 호흡

'마티아스 괴르네, 조성진 그리고 슈베르트'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열려

【서울=뉴시스】 조성진, 마티아스 괴르네. 2019.05.21 ⓒ크레디아
【서울=뉴시스】 조성진, 마티아스 괴르네. 2019.05.21 ⓒ크레디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조성진은 제 인생에서 발견한 가장 유일하고 환상적인 연주자입니다. 인간적으로도 그렇죠."

2018년 4월 오스트리아 빈·프랑스 파리·영국 런던에서 자연의 섭리를 닮은 유장한 목소리가, 부드러운 피아노 타건이 만들어내는 음표에 실려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독일 가곡의 지존'으로 통하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52)의 리사이틀 투어에 피아니스트 조성진(25)이 반주로 나선 것이다.

이탈리아 작곡가 휴고 볼프, 독일 작곡가 한스 피츠너 등 진지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진 이 공연에서 괴르네는 "몇 번을 들어도 경탄할 수밖에 없다"(오페라투데이)라는 평을 들었다. 조성진은 제대로 된 가곡 반주가 처음이었음에도 "괴르네의 강렬함과 성숙한 통찰력에 뒤지지 않는 연주"(뮤직 OMH)라는 호평을 받았다.

괴르네는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를 통한 e-메일 인터뷰에서 "성진과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쯤이었어요. 파리에서 제 공연을 보러 왔고, 제가 같이 공연을 해 보고자고 제안했습니다. 이후 멋진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감 있는 목소리의 소유자인 그는 "성진과 저의 합이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죠!"라며 온기를 풍겼다.

소문을 통해 궁금증을 부풀리던 괴르네와 조성진의 합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국내에서도 마련된다.

오는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티아스 괴르네, 조성진 그리고 슈베르트'가 펼쳐진다. 두 사람은 20일 통영국제음악당 무대에도 오른다.

괴르네는 당대 가장 빼어난 피아니스트를 파트너로 선택한다. 알프레드 브렌델,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등과 호흡을 맞췄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다닐 트리포노프와 최근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가 손꼽는 '좋은 파트너'의 기준은 무엇일까. "반주자와 음악적 취향과 성향이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피아니스트는 노래하는 사람 뒤에서 듣고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의 해석으로 함께 연주해야만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조성진처럼 독주자로도 활약하는 솔로 피아니스트와 더 작업하기 좋다고 했다.
ⓒCaroline de Bon
ⓒCaroline de Bon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방랑자' '슬픔' '소년과 죽음' 등 괴르네가 고른 슈베르트 가곡들로 채워진다. 괴르네는 '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그와 슈베르트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1987년부터 10년에 걸쳐 슈베르트 성악곡 전곡을 녹음했다.

'겨울나그네'로 1997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음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음반을 계기로 그의 부드럽고 따듯한 음색이 알려지면서 신성으로 부각됐고, 독일 리트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괴르네는 자신에게 슈베르트는 '모든 것'을 뜻한다고 했다. "인간과 인간성, 사람으로서 사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슈베르트는 말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 존재와 이루지 못하는 열망 이런 것들에 대해 가장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방식으로 그의 음악을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관객들도 그 점을 함께 느끼기를 바랍니다."

'가곡'은 시(詩)에 곡을 붙인 형식을 가리키는 것을 넘어 그 나라 민족 정서와 예술이 짙게 밴 고유의 성악곡을 뜻한다. 괴르네가 노래를 부르면, 멜로디 너머에 있는 근원이 느껴지는 이유다.
ⓒCaroline de Bon
ⓒCaroline de Bon
 
그는 "가곡을 부르는 사람으로서 시를 사랑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괴테의 모든 작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괴르네는 이번 공연에서도 괴테의 시 '인간의 한계', 괴테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에서 내용을 차용한 '하프 연주자의 노래'를 부른다.

괴르네는 최근 독일 '플라테아 매거진'(Platea magazine)과 인터뷰에서 지금으로부터 5년 뒤인 2024년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괴르네는 "은퇴 후에는 오페라하우스나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싶어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유럽 어디선가 가능한 곳을 찾아 봐야겠죠"라고 했다.

2001~2005년 뒤셀도르프 슈만 국립음악대학의 리트해석 명예교수를 지낸 괴르네는 현재 런던의 왕립 음악 아카데미의 명예회원이다. '괴르네 슈베르트 에디션'이라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향후 12개의 음반이 출시될 예정이다. "활동하는 동안은 특별히 변하는 것 없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 때까지 계속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죠."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