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 '장기화' 조짐에…금리인하로 선회하는 '한은'

기사등록 2019/06/12 15:44:31

이주열, 금리인하 시사…더딘 경제 회복세 우려감

경기하강 대응하기 위해 결국 인하 카드 '만지작'

시장 관심 금리인하 시정 향해…3분기냐, 4분기냐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이주열 총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06.1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이주열 총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06.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연 1.75%로 인상한지 불과 7개월 만에 인하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한국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결국 하강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를 통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론적인 차원의 발언으로 보이지만 그간 이 총재가 "아직 금리인하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명확하게 금리인하론에 선을 그어온 것과는 온도차가 난다. 그는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만 하더라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해보면 아직 금리인하로 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약 열흘새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기조가 달라진 셈이다.

이 총재가 금리인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마다 줄줄이 마이너스로 고꾸라지는 등 한국 경제가 짙은 먹구름에 휩싸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 뒷걸음질치며 10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더니 4월 경상수지마저 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경상수지가 적자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5월 경상수지도 흑자 전환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 그중에서도 반도체 수출이 부진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에 경제 전반이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도 전년대비 9.4% 줄어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대비 3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도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 회복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부진을 꼽으며 성장 흐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이 점점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반도체 경기도 당초 예상보다 회복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하강 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미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한은의 금리인하를 주문한 바 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이어 올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추면서 한은에 금리인하를 권고했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금리인하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 채권시장에서 3년물 등 국고채 금리는 연일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단행 시점에 쏠린다. 이 총재가 금리인하를 시사하긴 했으나 곧바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 현재까진 4분기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하다. 2분기 이후의 성장, 물가 지표를 비롯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 국회에서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승인 여부 등 추가적으로 짚어볼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면 3분기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불확실성 요인에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조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주 예정된 미국의 6월 FOMC 점도표 하향 조정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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