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들썩" 용산·여의도, '박원순 매직'에도 시큰둥

기사등록 2018/08/23 05:00:00

박 시장 입 열었더니 여의도 집값 2~3억씩 뛰어

"구체적인 계획안 발표해야 시장 왜곡 막을 것"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으로 서울 집값이 한동안 주춤했지만, 최근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들어 최대 상승폭을 보이고 있는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매 가격표가 게시되어 있다. 2018.08.19.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으로 서울 집값이 한동안 주춤했지만, 최근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들어 최대 상승폭을 보이고 있는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매 가격표가 게시되어 있다. 2018.08.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다."

 용산, 여의도 등을 중심으로 비강남권 집값이 요동치고 있지만, 인근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통개발'을 둘러싼 말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어서 혼선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이러한 불만에 불을 지핀 주인공은 박원순 서울 시장. 그는 지난 7월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이 담긴 ‘서울2030플랜’을 언급했고, 이어 19일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치며 '강북 우선투자전략'을 거론했다.

 서울 시장의 말 한 마디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22일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휴가철 등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7월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0.59% 상승했다. 특히 용산, 여의도는 개발계획 발표에 따른 기대감으로 각각 3.18%, 1.65% 올랐다. 그 외 마포(1.10%)나 양천(0.97%) 등 비강남권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조차 나오지 않았는데도 집값은 요동 치고 있다.

 현장 분위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도봉구 A중개업자는 "박 시장 발언 이후 2~3일 사이에 기존에 나와 있던 매매가보다 2000만~3000만원씩 뛰고 있다"면서 "물건을 내놓은 사람들은 반 이상 보류하고 있고 물건을 내놔도 가격을 다 올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의도에서 중개업을 하는 이승진 정화부동산 실장도 "당장 개발계획의 성과물이 없다고 하더라도 (박원순 시장) 발언 하나만으로 호가가 2억~3억 뛰었다"면서 "시장 임기 내에 개발이 진척될 거라고 매수자나 주민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7월부터 개발호재를 타고 꿈틀거려온 여의도는 박 시장 발언 이후 호가가 뛴 상태에서 하나둘씩 거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실장은 덧붙였다.

 물론 이 지역 공인 중개사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집값 상승은 물량이 바닥인 상황에서 거래 한두건이 체결되며 생기는 '착시효과'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복순 용산365공인중개사 대표는 "박 시장이 한 마디 할 때마다 매수 문의가 쏟아지고 현장 분위기는 뜨거운데 막상 거래는 안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국토부가  실체가 모호한 개발 계획에 제동을 걸자 매수자들은 문의만 쏟아내는 등 관망하는 추세인데도 매도자들이 호가를 터무니없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하루빨리 이러한 혼선을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집값 상승을 견인한 결정타는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발표"라며 "기대감에 의한 파장효과로 주변 지역 집값까지 올랐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10~20년 걸리는 장기적인 계획인데 개발이 1~2년 만에 끝나는 것처럼 말해 당장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2030플랜에 대해 "개발 인허가 시스템이 까다로워 사업성도 고려해야 하고 주민설득도 해야 해 수십 년은 걸릴 계획들"이라며 "개발계획이 성사되려면 규제를 푸는 등 국토부와의 협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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