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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킹 판치는 '강남 클럽' VIP룸엔 '침대'까지

기사등록 2016/01/19 09:15:42

최종수정 2016/12/28 16: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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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새로운 파티 문화를 표방하던 '강남 클럽'이 부킹을 대표상품으로 앞세운 '나이트클럽'과 닮아가고 있다.

 지난 15일 밤 서울 강남 일대 클럽들은 불야성을 이뤘다. 올해 갓 스무 살이 된 1997년생 청춘(靑春)들까지 가세하면서 매일 밤 축제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의 바깥 날씨와 달리 클럽 안은 젊음의 열정으로 화끈했다. 디제이(DJ)가 틀어주는 빠른 비트의 음악과 각양각색 변하는 조명은 설익은 청춘 남녀들의 마음을 녹였다.

 스테이지 한쪽에선 클럽 관계자들이 과감한 의상을 입고 야광봉 등 각종 소품을 이용해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편승한 청춘 남녀들은 힙합과 일렉트릭댄스뮤직(EDM)에 몸을 맡겼다.

 반면, 룸은 바깥 공기와 달리 은밀했다. MD(Merchandiser·머천다이저)나 PM(Promoter·프로모터)으로 불리는 클럽 관계자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남녀의 즉석만남을 주선했다. 부킹이다.

 ◇나이트→클럽 모델링…부킹 판쳐

 부킹은 이제 강남 일대 클럽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이 때문에 나이트클럽인지, 클럽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5년째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A씨는 "일부 MD는 정말 나이트클럽 웨이터와 조금도 다를 것 없이 여성을 남성 고객의 룸이나 테이블에 끌어다 앉힌다. 다 그렇진 않지만, 매출을 올리려고 부킹에 혈안이 된 친구들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클럽이 강세를 보이면서 대다수 나이트클럽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웨이터들이 MD로 전향하면서 부킹 문화가 클럽으로 스며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한때 강남 유흥 산업을 상징하던 나이트클럽 '물' '보스' '돈텔마마' '줄리아나' 등이 줄지어 폐업했다. 남아있는 나이트클럽들은 이름을 바꾸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호황을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나이트클럽이 클럽으로 리모델링해 재오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기 고객 확보 수단으로 부킹을 선택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이 대표적이다.

 클럽 내 부킹 서비스의 주 대상은 VIP 고객이다. 이들이 테이블 또는 룸을 이용할 때 내는 비용은 최저 10만원 대부터 최고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여기에 술과 음료를 추가하면 가격대는 더 높아진다.

 ◇VIP룸에선 '조각 모임' 성행

 특히 호화롭기로 유명한 한 클럽의 '시크릿 룸(빌라 룸)'은 주말이나 연휴 때는 500만 원 이상까지 치솟는다. 외부 스테이지와 차단된 복층 구조로, 화장실은 물론 별도의 DJ박스와 침대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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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룸을 잡으면 부킹 성공률도 치솟지만, 가격대가 높아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절대다수 클러버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조각 모임'이 형성되기도 한다. '조각'이란 낯선 사람들이 클럽 룸을 이용할 목적으로 돈을 나눠 내는 것을 뜻한다.

 조각 모임에 참가한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대부분 남성은 미모의 여성과 계획되지 않은 하룻밤을 기대하고 온다. 음악 듣고 춤추기 위해 조각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실제 조각 모임이 이뤄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클럽에 입장한 여성들의 인원이나 외모 정도를 속칭하는 '수량' '수질' '마인드' 등 정보가 실시간 올라온다. 심지어 일부 남성은 클럽에서 만난 여성과의 성관계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문제는 일부 MD나 PM이 앞장서 조각 모임을 유도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각 공지글을 올려놓고, 선입금 순으로 참가자를 받는다. 이후 멤버가 구성되면 본격적인 부킹 태세에 돌입한다.

 그렇다고 MD나 PM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룸 또는 테이블에서 발생하는 전체 금액의 15~20% 정도가 몫이다. 나머지는 클럽 업주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클럽 업주가 이들에게 부킹을 통한 매출 확대를 종용하는 구조인 셈이다.

 ◇"돈 때문에"…클럽 콘텐츠 사라져 

 한 파티플래너는 "언제부턴가 클럽 업주들이 좋은 콘텐츠 보다는 실질적인 매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는 파티플래너에게도 모객(영업) 활동을 노골적으로 요구한다"며 "갑이 시키니 을은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우리나라 클럽 파티 문화는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업주들이 망쳐놓았다. 예전에는 새로운 (콘텐츠 기획) 시도를 했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먹고 사는 데 급급해서인지 열정이 식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는 파티플래너는 300명 안팎이다. 이 중 100명 정도만 전업으로 일할 뿐 대다수는 MD 활동이나 다른 직업을 겸하고 있다.   

 전업 파티플래너 중 일부는 코마(COMA) 엔터테인먼트 등 10여 개 사에 소속해 활동한다.

 유부성(34) 코마 대표는 "파티플래너는 클럽의 음악, 조명, 분위기, 소품, 매출 등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사람들이 더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특수효과나 공연팀을 쓰기도 한다"면서 "영업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새로운 콘텐츠 기획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활동 방향이다.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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