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닛산스타디움의 '동방신기' 말이 쉬워 7만2천명이지

기사등록 2013/08/19 13:20:41

최종수정 2016/12/28 07:55:40

【도쿄=뉴시스】이재훈 기자 = 7만2000여개의 레드펄 펜라이트, 시계형상의 거대한 무대 등 '타임'을 콘셉트로 삼은 공연의 구성, 일본 가수가 아닌 해외 팀으로서는 처음….  

 한류듀오 '동방신기'기 17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펼친 5대 돔 투어의 피날레 '동방신기 라이브 투어 2013 타임'은 규모뿐 아니라 주제, 의미 등 3박자가 떨어진 블록버스터 공연이었다.

 닛산스타디움은 무려 7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다. 사석과 조명을 놓기 위한 일부 좌석을 제외하고 이날 공연장은 말 그대로 빈 자리 하나 없는 보기 드문 '규모'였다.  

 동방신기가 지난 3월 일본에서 내놓은 정규 앨범 '타임' 수록곡 '페이티드(FATED)'로 포문을 연 이날 공연은 '안드로이드' '아이 돈트 노' '원 모어 싱' 'Y3K' 등 주로 이 앨범 수록곡 위주로 꾸며졌다. 무엇보다 '타임' 콘셉트가 일품이었다. 폭 95m, 높이 22m인 메인 무대는 시계를 분해해놓은 것 같은 기계장치들로 꾸며졌다. 그리고 양 끝에은 유노윤호(27), 최강창민(25) 등 멤버들이 타고 무대 상하로 이동할 수 있는 타임캡슐 모양의 기구가 설치됐다. 시간을 여행하는 듯한 분위기다.

 이와 함께 입장객 7만2000명에게 모두 나눠준 야광 시계를 활용한 조명 연출이 특히 돋보였다. 땅거미가 내려앉는 동시에 '하트, 마인드 & 솔'을 부를 때부터 적극 활용된 이 시계는 동방신기의 상징색인 레드펄을 비롯해 시시각각 다양한 색으로 변하며 객석을 무대의 일부로 만들었다. 노트북 등을 이용, 무선주파수로 일괄 조정했다.   

 브릿팝을 대표하는 얼터너티브 록 밴드 '콜드플레이'가 '자일로밴드'라는 이름으로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LED 손목밴드와 비슷한 구성이다. 화려하면서도 통일감을 주는 연출이 특징이다. 무대 뒷편 객석 2~4층의 팬들이 착용한 손목 시계의 색깔만 따로 조정, '우리는 동방신기(We Are TVXQ)'라는 글씨를 만들 때가 최고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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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 한일월드컵 결승 장소이기도 한 닛산스타디움은 그간 일본의 전설적인 록밴드 'X재팬'과 '라르크 앙시엘'을 비롯해 국민그룹으로 통하는 'SMAP', '에그자일' 등이 공연한 장소다. 아레나와 돔 투어를 거친 동방신기는 해외 가수로는 처음으로 최고의 공연장으로 통하는 이곳에 오르며 자신들의 일본 내 입지를 새삼 확인했다.

 규모와 콘셉트, 의미가 도드라진 콘서트였지만 무엇보다 두 멤버의 기본기가 바탕이 안 되면 애초부터 무리일 수도 있었다. 유노윤호의 춤 실력과 최강창민의 가창력은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고,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만담과 성대모사,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흉내 등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본 공연의 마지막곡 '캐치 미', 앙코르 공연의 첫 곡 '왜' 등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한 곡에서 이들의 실력은 빛났다. 메인 무대와 세로로 플로어석 끝자락 같이 늘어진 길이 120m짜리 두 개의 무대를 3시간30분 동안 종횡무진하는 체력도 놀라웠다. 120m 무대는 멤버들이 탄 길이 3m 가량의 모노레일이 다니는 통로 역할도 했다.

 퍼쿠셔니스트 마스오 후쿠나가, 드러머 데츠야 하나토 등을 비롯해 5인 라이브 밴드와 약 20명의 댄서, 약 100여명의 보조 댄서들이 공연의 규모를 키웠다.

 동방신기 기존의 콘서트가 멤버들의 멋있는 퍼포먼스에 비중을 실었다면, 이날 공연은 이처럼 다양한 '쇼'적인 측면에 맞춰져 있었다. 마지막곡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를 끝으로 앙코르 공연이 끝나자 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가 좋은 보기다. 덕분에 여성 비율이 절대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남성 팬과 가족 단위 팬들도 눈에 종종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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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인 나베 마나(42)와 함께 콘서트장을 찾은 아베 아츠시(42)는 "동방신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귀엽고 멋있고 춤은 물론 노래까지 모두 완벽하기 때문"이라면서 "처음에는 아내의 영향으로 좋아하게 됐는데, 특히 남성 팬들도 많아서 좋고 동방신기가 남성 팬들도 많이 챙겨줘서 더 좋다"고 말했다.

 동방신기의 오랜 팬이라는 가미야우치 에이코(66)는 "동방신기의 노래는 전곡이 다 좋은데, 그들의 곡을 들으면 힘과 활력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지금은 딸과 함께 자리를 예약했고, 나머지 4명의 가족들도 다른 곳에 자리를 잡고 이번 콘서트를 보러 왔다. 우리 가족 모두가 동방신기 팬"이라고 말했다.  

 멤버들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유노윤호는 "역시 스타디움은 넓네요. 저희 동방신기가 해외 아티스트로서 처음으로 닛산스타디움에서 단독 라이브를 하게 됐는데요. 모두 여러분 덕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최강창민은 "사실, 이렇게 큰 야외 회장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었지만 여기 계신 여러분에게 큰 파워를 받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뿌듯함도 드러냈다. "오늘도 동방신기의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늘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최강창민), "닛산스타디움 여러분을 위한 선물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유노윤호)

 객석에는 한국인들도 있었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1박2일로 일본을 찾았다는 이모(28)씨는 "도쿄돔 공연 이후 더 위로는 없을 것 같았는데, 스타디움에서까지 공연하게 돼 너무 자랑스러워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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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도가 웃도는 날씨였고, 지정석이었음에도 팬들은 이른 아침부터 공연장을 찾았다. 닛산스타디움에서 걸어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신요코하마역까지 뱀처럼 길게 늘어선 행렬은 공연장을 가득 채운 팬들 못지 않은 진풍경이었다.

 이날 콘서트는 2005년 데뷔한 동방신기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인기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중학생 등 2, 3년 전부터 동방시기를 좋아하게 된 팬들도 수두룩했다. 친구 사이로 지바와 나고야에서 왔다는 주에리(13)와 가푸유(15)는 "잘 생겼을뿐 아니라 노래도 잘하고 춤도 아주 멋있어 최근 동방신기의 팬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동방신기의 일본 첫 콘서트 때부터 함께 한 현지 기획사 에이벡스 라이브의 스태프인 기쿠타 요코(34)는 "데뷔할 때는 소규모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로 시작했는데 공연을 통해 감동을 선사, 공연을 보고 간 관객들이 친구, 지인에게 감동을 전파하면서 현재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면서 "단순히 유행이나 미디어의 힘이 아닌, 동방신기 멤버들의 열정과 퍼포먼스의 완성도 등으로만 이루어낸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J팝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 K팝을 비롯한 한류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방신기는 이미 공고한 팬덤과 팬들의 신규 유입으로 꾸준히 인기를 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8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열린 공연에도 7만2000명이 운집, 동방신기는 이틀 공연에 총 14만4000명을 끌어모으는 위업을 이뤘다. 이번 공연 추첨에서 탈락한 팬들은 둘째 날 홋카이도, 오사카 등 일본 전국 38개관 영화관에서 공연 실황을 생중계로 지켜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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