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승리 리스크' YG, 23년만의 최대위기···극복 가능한가

기사등록 2019/03/11 20:51:35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YG엔터테인먼트가 그룹 빅뱅 '승리 리스크'로 설립 23년 만에 사상 최대 위기에 처했다.

'클럽 버닝썬'의 사내이사를 맡았던 멤버 승리(29·이승현)가 온갖 구설에 오른 것이 도화선이 됐다.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승리가 경찰의 피내사자에서 피의자가 되면서 YG는 큰 타격을 입었다.

승리가 빅뱅 멤버들과 데뷔한 지 13년 만인 11일 논란에 책임을 지겠다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YG 책임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소속 가수 매니지먼트 시스템과 여론 대응방식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빅뱅은 YG의 시작과도 같다.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지드래곤(31)을 중심으로 한 '아티스트형 아이돌 그룹'을 표방, K팝 아이돌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 지드래곤, 탑(32), 대성(30) 등 멤버들이 물의를 일으켜도 팬덤은 공고했고 YG는 흔들리지 않았다.

승리가 성접대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카톡이 공개됐을 때도 "조작된 것"이라며 승리를 두둔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승리를 겨냥하고,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YG, 사상 최대 위기

YG엔터테인먼트는 1992년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로 가요계에 데뷔한 양현석(49) 대표 프로듀서가 1996년 '현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양현석
양현석은 서태지와아이들 활동 전 댄서로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6년 서태지와아이들이 은퇴하기 전까지 가수로서도 한국 가요계에 큰 획을 그었다.

 서태지의 이름값에 기댄 것이 컸다는 평이 많았으나 자신이 좋아하는 힙합과 R&B 기반의 기획자로서 변신하며 반전을 꾀했다. 힙합듀오 '지누션'과 힙합그룹 '원타임'을 시작으로 렉시, 세븐, 휘성, 거미 등 개성 강한 R&B 가수들과 가창력이 출중한 R&B 그룹 ‘빅마마’ 등을 제작했다. 실력 있는 가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 YG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었다.

이후 한류를 대표하는 그룹이 된 빅뱅을 시작으로 '2NE1'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을 속속 키워내면서 대표적인 한류 기획사가 됐다. 특히 싸이가 YG에 몸 담았을 당시인 2012년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히트로 한때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엔터테인먼트사가 됐다. 타 기획사가 발굴해 데뷔 20주년을 넘긴 '젝스키스'를 영입, 가수 라인업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YG의 간판 프로듀서인 테디가 설립한 독립레이블 더블랙레이블 등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선보일 채널도 갖춰나가면서 외형을 키웠다. 강동원, 차승원, 최지우 등 톱배우들도 잇따라 영입하며 배우 매니지먼트사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초에는 억대 사기 및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서태지와아이들 전 동료 이주노(52)가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 인간적인 면도 부각했다. 선고 공판에 앞서 이주노의 채무 1억6500여만원을 대신 갚고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 대중의 호감을 샀다.

◇YG, 반전 꾀할 수 있을까

양현석은 사업적인 감각이 뛰어날뿐 아니라 두뇌회전도 빠르다는 평을 들었다. 아울러 SBS TV 'K팝 스타' 심사에서 보듯 인간적인 면도 갖췄다는 점을 내세웠다. YG 블로그에 '프롬 YG' 코너를 만들어, 소속 가수들의 소식도 직접 전하며 팬들과 소통도 꾀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수습기자 = 자신이 운영에 참여했던 클럽 버닝썬에서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19.02.28. dadazon@newsis.com
갈수록 노련해지는 양현석의 대외 소통능력과 프로듀싱이 YG의 중심축이라는 평이 가요계 안팎에서 쏟아졌다. 그런데 이런 호평이 점차 양현석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소통이 양방향이 아닌 일방형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JTBC와 손잡고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선보인 아이돌 그룹 서바이벌 프로젝트 '믹스나인'이다.

양현석이 중소형 기획사를 직접 찾아가 데뷔를 했으나 빛을 보지 못한 아이돌 또는 해당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을 발굴해 프로젝트 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양현석은 '믹스나인'을 통해 선발된 9명의 연습생을 YG를 통해 데뷔시키기로 약속했으나, 연습생들이 속한 기획사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데뷔 무산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최종 멤버로 선발된 연습생이 속한 기획사가 YG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YG은 일부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대응 방식이 일방적이라는 평을 종종 들었다. 부정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간단한 입장 표명으로 사태를 무마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승리 건과 관련한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승리 논란 이래 YG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11일 YG 주가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14.10% 떨어진 종가 3만71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YG 시가총액은 6756억원으로 전 거래일(8일) 시가총액(7865억원)보다 1100억여원 떨어졌다. YG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4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11월23일(3만9150원)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다른 그룹의 활약상도 기대이하다. 승리를 제외한 네 멤버가 입대한 빅뱅의 공백기를 메워 준 '위너'와 '아이콘'의 효과는 유야무야돼 버렸다. 미국 진출의 청신호를 켠 '블랙핑크'에게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데뷔를 앞둔 신인 보이그룹 '트레저 13' 홍보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가요계 관계자는 "YG 양현석 대표가 내부 시스템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등 전면으로 쇄신을 해야 한다"면서 "소속 가수들과 배우들은 건재한 만큼 오히려 환골탈태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realpaper7@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