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파산 10년…세계 경제는 안전해졌나?

기사등록 2018/09/09 05:00:00 최종수정 2018/09/10 10:24:16
볼 교수 "연준,정치적 판단으로 리먼 파산시켜"
트럼프,국제금융을 무기화해

【뉴욕=신화/뉴시스】 14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미국 뉴욕의 리먼 브러더스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는 15일 파산을 신청했다. 2008.09.15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2007년 포천지는 세계 4위 투자은행(IB) 리먼 브라더스를 가장 존경받는 회사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하지만 1년 뒤인 2008년 리먼은 파산했다.

오는 15일은 리먼이 파산한 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리먼 사태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적 판단 때문에 리먼이 파산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리먼, 정치적 판단으로 파산 결정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의하면 경제학자인 로렌스 M. 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리먼 파산의 결정적 요인이 '정치'라고 주장한다.

2008년 위기를 겪은 금융회사들은 리먼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베어스턴스, AIG 등도 위기를 겪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긴급 대출을 결정했다.

리먼 역시 파산 직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 헨리 폴슨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버냉키, 폴슨, 가이트너 세 사람은 리먼이 살아남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폴슨은 지난 7월 "당시 우리는 리먼을 구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고, 지금도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에 의해 지원을 받은 다른 회사들은 대출에 충분한 담보를 갖고 있었지만 리먼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먼측 사람들은 연준이 다른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리먼을 지원했다면 회사가 파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한다.

볼 교수는 리먼 지원을 하지 않은 연준 결정의 근거로 의회 금융위기 조사위원회와 법원이 임명한 심사관이 수집한 정보 등이 이용됐는데 이는 리먼의 담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볼 교수에 따르면 폴슨을 비롯한 정책 결정권자들은 리먼 구제에 뒤따를 격렬한 비난을 견디기 두려워했다. 폴슨은 2008년 3월 베어스턴스에 대한 연준 지원 결정이 여론의 반발을 산 것을 두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책 결정권자들은 리먼 파산이 금융 시스템과 경제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 폴슨, 버냉키, 가이트너 세 사람은 추후 피해 규모를 예상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실시간 기록들과 모순된다고 볼 교수는 밝혔다.

그는 "2008년 사건은 미국 역사상 마지막 금융위기가 아니다. 조만간 또 다른 주요 금융기관이 곤경에 처할 수 있고 정책 결정권자들은 구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연준은 2008년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국제 금융을 무기화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킨 리먼 사태가 정치적 결정 때문이었다는 주장은 현재 각종 금융을 포함한 경제 분야에서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려와 이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터키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무역전쟁을 넘어 '더 위험한' 금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미국인 목사 구금을 이유로 터키에 금융제재를 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금융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간 해외 금융위기를 억제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1982년과 1995년 멕시코를 지원했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과 공조했다. 2008년 연준은 각국 중앙은행을 통해 위기상황 해결을 도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은 의도적으로 특정 국가들의 경제를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이란 등을 고립시키고 있으며, 러시아 스파이 독살 사건을 계기로 제재 조치를 취해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당장 세계적 경제 위기가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제적 어려움이 자국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은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자국 인권을 비판한 캐나다에 대해 무역 보복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WSJ는 해석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는?

리먼은 2008년 9월 15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 등에서 비롯된 6130억 달러(약 684조원) 규모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증시까지 2~4% 일제히 폭락했다. 월스트리트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와 10여 년에 걸친 세계경제의 부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리먼의 부도는 미국의 서민과 중산층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리먼이 취급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주로 서민들과 중산층들이 이용하던 담보대출이었기 때문이다.

금융 충격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도 줄줄이 무너졌으며 일자리 880만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투자 손실로 가계 자산은 19조2000억 달러나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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