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갈등의 섬을 치유의 섬으로'···강정마을 주민에 건넨 文의 약속

기사등록 2018/10/11 18:36:04

盧정부 때 유치 결정 해군기지···반복된 갈등에 '부채의식'

文대통령 "전쟁 아닌 평화 거점으로"···'평화 역설'로 설득

"후보시절 해결 약속 잊지 않아···응어리진 恨 많을 듯"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과 위로···이제 치유와 화해 필요"

【서귀포=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일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 참석해 좌승함인 일출봉함에서 함상연설하고 있다. 2018.10.11. photo1006@newsis.com
【서귀포=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일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 참석해 좌승함인 일출봉함에서 함상연설하고 있다. 2018.10.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제주 국제관함식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해군기지 건설로 상처를 입은 강정마을 주민의 감정을 어루만졌다. 노무현 정부 때 뿌려진 씨앗으로 갈등을 겪어야 했던 강정마을 주민에게 치유를 약속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서 "제주도에 해군 기지가 건설되면서 제주도민들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며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강정마을 주민들의 아픔과 상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당시부터 준공 후 2년이 흐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지역 내 갈등을 의미한다. 반대시위와 정부의 진압, 손해배상 소송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대선후보 시절 "강정의 눈물을 닦겠다"던 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강정마을 주민들이었지만, 정부가 국제관함식 개최 장소로 제주 해군기지를 밀어붙이면서 두 번 상처 받았다.

  같은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성파와 반대파로 의견이 나뉘고, 회유와 설득 과정에서 분열과 반목이 계속됐다. 급기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중재자로 나서면서 어려운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정부 방침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간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참여정부 시절 시민수석으로 재임하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관여해 온 문 대통령은 이 모든 과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마음 속 '부채의식'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당초 약속했던 민군복합항과 달리 군항의 성격이 더 강해졌지만 참여정부 때 '불행의 씨앗'이 심어졌다는 점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부담을 안고서도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관함식 참석은 물론 강정마을 주민과의 대화를 자청하며 직접 설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07년 참여정부 때 강정마을에 기지를 만드는 문제가 처음으로 결정됐었다"면서 "그 뒤에 11년 동안 많은 고통과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치유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이날 연설문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문 대통령이 "이곳 해군 기지를 전정의 거점이 아니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한 것은 평화를 요구하는 강정마을 주민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귀포=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강정마을 주민과의 대화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10.11. photo1006@newsis.com
【서귀포=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강정마을 주민과의 대화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10.11. [email protected]

  청와대는 강인한 힘 위에서 평화가 만들어진다는 개념의 '평화의 양면성'에 빗대 문 대통령의 의중을 풀이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평화에는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회피함으로서 평화를 지킬 수 있고,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처해서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구한말에 힘이 없어 러일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듯, 강한 국방력을 갖춰야 우리 앞바다에서 열강들이 충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가 갖고 있는 일종의 역설적인 개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국방력"이라며 "그 중에서도 해군력은 개방·통상 국가의 국력을 상징한다"고 강한 해군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관함식 뒤 진행된 강정마을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어겼다는 점에 대해 사실상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 후보 시절에 강정마을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지금도 당연히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며 "가슴에 응어리진 한과 아픔이 많을 줄 안다.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깊이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로인해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주민공동체가 붕괴되다시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제 강정마을의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가 함께 보듬고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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