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쪽잠 자는 경찰의 하소연…공감 안되는 이유

기사등록 2020/02/14 17:09:52 최종수정 2020/02/14 17: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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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최근 전북경찰청은 감찰 조사를 거쳐 직원 15명을 경고처분 했다. 근무시간에 순찰차를 세우고 잠을 자거나, 사무실 불을 끈 채 쉬다가 적발되는 등의 사유였다고 한다. 또 순찰 구역을 벗어나 휴식을 취한 경우가 있었고, 심지어는 만두를 사들고 출동해 10여분 현장 조사를 한 뒤 사라진 사례 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경찰은 조사후 경고처분을 했다. 경고는 징계위원회 개최 없이 취하는 비교적 가벼운 처분이다. 다만 향후 인사상 불이익 가능성이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경찰 조직 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선 교대근무의 피로함을 언급하거나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주장하면서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급기야 청와대 게시판 토론방에 "경찰관도 소방관처럼 대우해주세요"라는 게시물이 오르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게시물에는 '소방관은 셔터 문 닫고 편하게 잠자도 영웅 대접 받는다', '경찰은 순찰차에서 쪼그려 잠자도 징계 먹는다'는 등의 표현이 있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경찰 내 시선은 다양하다. 옹호론 쪽은 근무태만은 힘든 야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이고 처우 개선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방향의 주장을 하고 있다.

"새벽에 졸음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쪽잠 잤다고 경고 주는 건 횡포", "생리현상은 누구도 이길 수 없다", "20시간을 자고 출근해도 새벽엔 졸음이 밀려온다" 등 주장이다.

반면 "환경이 어찌됐건 근무 중 잔 것은 잘못 아니냐", "대기하라는 것이 수면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 등 근무태만과 처우를 별개 문제로 보는 경찰관도 많았다.

시민들은 어떨까. 대체로 냉랭하다. 고생하는 현장 경찰들을 위로하는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반감을 보이는 반응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특히 소방관을 비꼬듯 비교해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한 모습에 더욱 실망감이 큰 듯하다.

온·오프라인에서 시민들은 "소방이 좋아 보이면 경찰 그만두고 옮기면 될 것 아니냐", "공무원이 소방관을 깎아 내리면서 처우 개선해달라는 것이 말이 되나"라는 등의 견해를 전했다.

경찰이 민생 최일선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것은 시민 대다수가 알고 있다. 격무와 박봉 문제 역시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점에도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힘든 근무 환경이 곧바로 태만 문제를 용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나아가 치안 업무에서 발생한 근무태만 문제에 대한 반발의 수단이 소방관과 비교가 되는 모습은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물론 개인 차원의 토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은 현장에서 국가권력을 대리집행하는 경찰관 개인을 만나게 되고, 그 개인에 비춰 경찰 조직을 바라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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