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공여지를 가다-중]국가주도 개발 성공한 해외사례 살펴보니...'컨트롤 타워' 절실

기사등록 2020/01/26 06:00:00

일본-독일-필리핀 국가주도 민간투자 유치에 성공

레저시설-주거도시-경제특구로 개발해 일자리 창출

우리는 지원단 설치 촉구 개정안 발의됐지만 '감감 무소식'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 기지.(사진=경기도 제공)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 기지.(사진=경기도 제공)
[의정부=뉴시스] 이경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경기도 8대 공약으로 '북부접경지역 규제완화와 미군공여지 국가주도' 개발을 내걸었다.

미군 공여구역이 집중돼 있는 의정부, 동두천, 파주시 등 경기북부 지역의 주민들은 기대감을 키웠지만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미군 공여구역 조기반환 발표는 상실감을 키웠다.

그나마 대상에 포함된 동두천시 캠프 호비 쉐어사격장은 활용가치가 낮아 동두천시는 개발 계획 조차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정부와 동두천 등 미반환 공여구역 6곳 모두 일산이나 분당 등 신도시 보다 규모가 커 반환이 이뤄지더라도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과 행정력으로 개발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경기도나 이들 지자체들이 국가주도 개발을 지속으로 요구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1월에야 관련 용역에 착수했다.

현장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할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 설치를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각 부처별 입장 차로 지금까지 관련 법률이나 지원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일본이나 필리핀 처럼 정부의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기지가 반환될 경우 체계적인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책 수행할 컨트롤타워 신설로 대응한 일본

미군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해외 사례 가운데 우리 나라와 상황이 비슷하거나 개발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과 독일, 필리핀 등이 꼽힌다.

아열대기후의 휴양관광지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의 면적은 2만3176ha로 일본 전체의 73% 가량이 밀집 돼 있다.

오키나와에는 미군기지 관계자가 4만8000여명에 달해 이 지역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군 소비지향적인 모습을 보였던 동두천시와 유사하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미군이 오키나와를 점령한 시점은 1945년 6월23일 태평양 전쟁 때다. 미군은 1945년 4월 오키나와 본 섬에 미 해군 군 정부를 설치하고 일본의 사법권과 행정권의 행사를 정지시키고 미군정 체제로 돌입했다.

미군에 의해 통치돼 온 오키나와는 1972년 5월15일 일본으로 반환됐다. 이후 일본은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였다.

1974년 일본은 '방위시설주변의 생활환경정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피해지역을 지원했다. 이 법률에는 방위시설청(방위청 건설본부와 조달본부가 통합, 신설)의 주관으로 비행장 주변의 생활환경 정비, 민생안정 시설의 조성, 손실보상 등의 기준을 마련해 지원했다.

이와 함께 방위시설청은 주일미군의 훈련장, 비행장, 항만 등으로 사용할 토지와 건물의 매입과 임차를 관리하고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상대책을 전담했다.

지난 2000년에는 반환공여구역 대책준비 협의회가 발족했고 2002년 '오키나와 진흥 특별조치법'이 제정돼 진흥계획이 결정되는 등 반환과 활용에 관한 큰 진전을 이뤘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 2005년까지 반환된 주일 미군 공여지 중 북부훈련장은 리조트·호텔 용지로, 나하 공·해군 보조시설 부지는 주택공급용지, 차넨 보급지구는 골프장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개발로 이어졌다.

특히 일본은 민간 사업자가 토지 수요자로서 토지 이용계획 수립 단계부터 참여한 특징이 있다. 특히 이들은 입지나 지가, 개발비용 등을 모두 고려한 사업기획으로 토지의 부가가치도 높였다는 평가다.

◇정부와 민간 협치 이룬 독일..."정부는 중개 역할"

독일은 미군의 철수발표로 군부지로서의 공여지 사용중단이 결정되며 공여지 반환절차가 시작됐다. 주독미군을 포함한 독일 내 주둔하고 있는 외국군의 공여지는 연방부동산관리청(BImA)의 소유로 외국군이 무상으로 임차하고 있는 방식으로 사용돼 왔다.

이 과정에서 군대철수 및 군부지 사용중단이 발표돼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BImA(독일 연방재무부 산하 신설)과 맺어져 있던 임차계약이 종료되면서 반환됐다.

반환된 공여지는 BImA의 책임 하에 관리하기로 했다. BImA는 정부기관과 민간 부동산 시장 사이에 중개인 역할을 수행하거나 연방공무원에게 시장가격에 맞춰 주택을 공급하는 등의 역할을 했다.

수빅경제자유특구.(사진=경기도 제공)
수빅경제자유특구.(사진=경기도 제공)
또 부동산 자산의 분석 및 경제적 사업성 평가와 토지 매각, 수익 창출 등 주독 미군 공여구역과 관련된 모든 업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일본의 방위시설청과 같은 업무를 담당했다.

BImA은 반환 공여구역에 대한 인터넷 및 브로슈어 제작 등의 방법으로 홍보에 나서 투자자를 유치했다. 방식도 해당 지역의 지방정부가 도시의 광역적인 관점 및 기존의 도시개발계획을 고려해 부지의 용도를 대략적으로 제시한 후 그에 맞는 개발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부와 민간기업의 협의를 거쳐 세부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게 된다. 또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부지를 다른 부지에 통합시켜 토지의 황폐화 및 공실을 방지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개발사례고 꼽히는 독일 하나우(Hanau)는 3만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던 기지촌이었다. 민간 건축설계회사가 부지를 매입해 사업계획 초기 단계부터 정부와 함께 했고 현재 반환 공여지 348만㎡ 가운데 250만㎡가 사무실과 공동주택으로 재건축돼 분양됐다.

독일 정부는 이 개발로 1000가구의 주택과 1300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특구 지정부터 투자유치 나선 필리핀 정부...6만5000개 일자리 창출

필리핀도 정부가 주도해 눈부신 성과를 낸 사례로 손꼽힌다.

미군기지의 철수와 함께 1992년 제정된 '기지전환개발법'에 근거해 피델라모스 당시 필리핀 대통령은 미군 반환공여지를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인허가와 규제해제를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유치에 앞장섰다.

이와 함께 '클락 경제특구'의 개발 및 개발전담기관인 클락 개발공사(CDC)를 설립했다. 클락 경제특구의 토지 소유주는 대통령 직속 행정기구로 군사기지의 전환 및 개발을 담당하는 기지전환개발청(BCDA)이다.

CDC는 BCDA의 산하조직으로 미군으로부터 반환 받은 공항시설의 관리와 개발육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다. 클락 경제특구는 투자를 원하는 민간에게 매각이 아닌 임대로 제공되는데 이는 임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용지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과 투자자의 토지 매입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계기가 됐다.

지방정부는 기금을 지원 받기 위해서는 CDC에 사업요구서를 제출하고 CDC는 이를 검토해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되면 도로 및 교육시설 등과 같은 인프라 시설과 태풍 및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피해 방지를 위한 지원들을 제공했다.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클락 경제특구는 3개의 공단을 포함, 제조시설, 농업단지, 국제공항 등 종합복합시설이 입지하게 돼 제조업과 서비스업, 레저도시가 결합된 복합도시로 재탄생했다.

이를 통해 6만5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수출량은 39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미군기지가 폐쇄됐음에도 일자리를 새로 창출해 주변지역의 쇠퇴를 방지하고 동반성장이 가능할 수 있었다"며 "기존 미군기지 도로 및 시설을 활용해 필리핀의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 된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이미지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해외 사례를 토대로 미군 공여구역 개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지원단 설치를 촉구하는 개정안도 발의했다.

박정(파주을) 의원은 지난 2016년 8월 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이나 반환 공여구역의 발전 또는 활용 지원을 원할하게 하는 지원단 설치를 촉구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나 조율 등의 문제로 지원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지자체의 부족한 재정이나 행정력에 대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반환 공여구역 개발을 원할히 추진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지원단을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며 지금까지 지원단 설치는 감감 무소식이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검토의견서를 통해 "지원단 조직의 신설은 국무조정실 내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 업무와 중복될 수 있고 별도 정원 증가 등 신설에 따른 정원 및 인건비 증가를 수반하게 된다"며 "이런 내용들을 고려해 입법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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