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넥타이'로 변화 강조한 文…회견장엔 '사랑의 재개발'

기사등록 2020/01/14 16: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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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보다 차분했던 신년회견…초반 '윤석열 신임'에 질문 쇄도
능수능란 진행 솜씨 文대통령…"제가 마음이 약해서, 옆에 분"
"끝나면 어떻게 남고 싶은가" 질문엔 "그냥 잊혀지는 사람으로"
유산슬 '사랑의 재개발' 흐른 회견장…퇴장곡은 '같이 걸을까'
"이제는 조국 좀 놓아달라" 호소…'윤석열' 질문엔 굳은 표정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2020.01.1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로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의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확실한 변화'를 일궈내겠다는 올 한 해의 국정 목표를 보여주듯 문 대통령은 여느 때와 달리 파란 계열이 아닌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변화된 이미지를 부각했다.

14일 청와대 영빈관엔 200명의 출입 기자들이 모였다. 회견장에는 가수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 '돌멩이'의 '마시따밴드', '하늘을 날아'의 '메이트' 곡이 울려 퍼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확실한 변화와 희망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곡들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총 22명의 기자로부터 100여분 간 질문을 받았고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인형 등 각종 소품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오전 10시 회견장에 입장한 문 대통령의 얼굴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눈에 띄었던 것은 문 대통령의 짙은 붉은 계열의 넥타이 색깔이었다. 왼쪽 가슴에는 '사랑의 열매' 배지를 달았다.

지난 두 번의 기자회견 때 문 대통령은 모두 촛불 정부를 상징하는 푸른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올해는 특별하게 붉은 색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포용과 변화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맨 앞줄에 착석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문 대통령은 바로 단상에 올라가 인사말을 시작했다. 올해는 1분 가량의 인사말로 짧게 마무리한 후, 바로 기자단 간사에게 "먼저 테이프를 끊어주시면 그 다음엔 제가 진행을 하겠다"며 마이크를 넘겼다.

해당 기자는 문 대통령에게 '신뢰'라는 키워드를 내밀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와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신뢰를 질문했다. 첫 질문에서 '윤석열'의 이름이 나오자 표정이 사뭇 굳어지는 듯했다.

문 대통령은 답변에 앞서 '모니터' 이야기를 꺼내며 분위기 환기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참고로 모니터 두 개가 있다"며 한쪽의 모니터에는 질문한 기자 이름과 소속, 다른 한쪽의 모니터에는 질문 요지가 나타난다는 점을 설명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1.14. dahora83@newsis.com
그러면서 "과거에도 (예상) 답변이 올라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 있어서) 미리 말한다"고 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문 대통령은 "두 가지 다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북미 정상 간 신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윤 총장에 대해서는 신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는 대신 "가장 앞장서 달라"며 내부 개혁에 있어서 역할을 거듭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첫 번째 답변이 끝나자 기자들은 서로가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갖고 있던 수첩부터 볼펜, 부채에 이르기까지 열띤 질문 경쟁이 벌어졌다. 과거에도 '일일 사회자'로 나선 경험이 있던 문 대통령은 "두 번째 줄, 안경 끼신 분", "하얀 옷 입은 여성 기자님"이라고 지칭하며 직접 질문자를 골랐다.

기자회견은 ▲정치·사회 ▲민생·경제 ▲외교·안보 순으로 진행됐다. 검찰 개혁 등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정치·사회 분야를 맨 앞에 배치했고, 최근 경색 국면을 걷는 북미 관계 등으로 외교·안보 이슈는 제일 마지막으로 밀려났다. 아울러 정치·사회와 민생·경제 발언권은 국내 기자들에게, 외교·안보 발언권은 외신 기자들에게 주고자 했다.

정치·사회 분야에서 주요 관심사는 역시나 '윤석열 거취' 문제였다. 기자들은 최근 검찰의 고위급 간부 인사를 포함해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 등 최근 검찰과의 갈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질문 폭주를 지레짐작한 듯 차분하게 윤 총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신임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만 가능하고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줘야만 수사 관행뿐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 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인사권과 관련해서도 명확하게 대통령의 권한임을 규정하며 검찰 측에서 제기하는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검찰과 관련한 질문만 한동안 쏟아지자 보조 사회자로 나섰던 고민정 대변인이 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손을 든 질문자를 바라보고 있다. 2020.01.14. dahora83@newsis.com
협치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의 얼굴에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느꼈던 답답함이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문 대통령은 "협치야말로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과제"라고 말을 시작하며 정치 문화 현실 상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됐던 만큼 질문자를 고르는 과정에서 혼동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오른쪽 방금 손 내리신 분, 아닙니다. 옆에 분 하세요"라며 정정하기도 했다. 국내 이슈에도 손을 들던 외신 기자들에게는 "외교 문제 때 하면 되는 거죠?"라고 물으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넉 달간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조국' 두 글자가 나오자 대통령의 얼굴엔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듯해보였다. 기자가 "조국 임명 배경을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 말하자 순간 모든 관심은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국민들께도 좀 호소하고 싶다"며 조 장관을 놓아주고 재판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애드리브도 돋보였다. 문 대통령은 "제가 마음이 약해서, 아까 옆에 분"이라고 말하며 다른 분야로 넘어가기 전 미처 지목되지 못한 질문자를 챙기기도 했다. 한 강원도 지방 매체 기자에게는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 등 민감한 이슈가 아닌 강원도의 인구 절벽 문제를 언급해줘서 고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문 대통령을 당혹하게 한 기자도 있었다. 한 기자는 현안 보다는 "임기가 끝나신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으신가"라며 대통령 개인에 대해 질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고 웃음을 내비쳤다.

이어 "대통령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며 "솔직히 구체적인 생각을 별로 안 해봤다. 대통령 끝나고 난 이후에 좋지 않은 모습 이런 것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참석자들을 웃게 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1.14. dahora83@newsis.com
3년 연속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한 기자도 있었다. 이 기자는 문 대통령이 극찬했던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며 배우 송강호의 대사를 성대모사하기도 했다. 기자는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따라한 뒤, 대통령의 경제 관련 국정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문 대통령 역시 미소를 머금으며 경청했다.

외교·안보 이슈는에 대한 질문 기회는 주로 외신 기자들에게 주어졌다. 한중 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중국 교류 활성화의 자신감을 보인 반면, 한일 문제에 대해서는 강제 징용 판결과 관련해 "피해자 동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거듭 반복하며 양국이 머리를 맞대 해법을 모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당초 예정됐던 90분의 시간이 지났지만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한 분 더 하겠다"며 국내 출입 기자에게도 추가 질문 기회를 주었다.

마지막 질문은 '부동산' 문제 관련이었다. 기자는 '대통령께서 부동산 가격을 원상회복하겠다고 하셨는데, 그 기준을 언제로 생각하는지'라고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행사의 퇴장 곡은 가수 이적의 '같이 걸을까'였다. 새해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d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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