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시윤 "즐거움 충족시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기사등록 2020/01/14 06:00:00

[서울=뉴시스] 윤시윤(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1.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시윤(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01.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용기를 얻으면 사람이 빛난다는 걸 알게 됐죠."

탤런트 윤시윤(34)은 호구 싸이코패스 '육동식' 그 자체였다. 최근 막을 내린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호구의 삶을 살다가 '희대의 연쇄살인마'라는 착각에 빠지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했다.

"동식은 호구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을 상징한다. 살인 과정이 상세히 기록된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보고 싸이코패스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느냐. 흑화된 게 아니라 용기를 얻은 것"이라며 "매번 사람들을 피하고 감정을 숨겼는데 표출하게 됐다. 늑대들 사이에서 대치하는 양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었다고 할까. 싸이코패스라는 핑계 하에 용기를 얻은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KBS 2TV 예능물 '1박2일' 시즌3 속 모습을 그리워한 팬들은 누구보다 반겼다. 다른 작품은 '나의 어떤 부분을 꺼내서 보여줄까?' 고민했다면,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남들이 봐주는 나의 모습"이라고 짚었다. 스스로 "동식과 비슷한 부분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육동식 같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감독 에비 콘, 마크 실버스테인·2018)를 많이 참고했다. 극중 뚱뚱한 여자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데, 머리를 다친 뒤 거울 속 자신이 예뻐 보이게 된다. 현실에선 달라진 게 없는데 자신감이 생기니 사람들이 다 좋아하게 되더라. 동식도 마찬가지다. 내 자신이 용기를 갖고 당당해질 때 빛이 나는 것 같다."
반면 박성훈(35)은 냉혹하고 치밀한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서인우'로 분했다. '진짜 싸이코패스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느냐'고 묻자 "나의 길을 가고 싶다"고 답했다. "성훈 형은 실제로 착하고 순수한데 연기할 때 정말 멋있더라.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쉽지 않을 거 같다.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싸이코패스 역을 맡은 뒤 연기력을 인정 받은 이유를 알겠다"고 덧붙였다.

동네 순경 '심보경' 역의 정인선(29)과의 호흡도 만족스러웠다. '마녀보감'(2016)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다. "인선이가 1회에 잠깐 출연했는데도 워낙 잘해 실시간 검색어에 계속 올랐다. 이후 주인공으로 올라가는 것도 관심있게 지켜봤다. '역시 연기자는 실력이 중요하구나'라고 느꼈다"며 "이번에 인선이 연기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정말 잘하고 내가 어떻게 하든 잘 받아준다"면서 고마워했다.

"자기 사람을 잘 챙긴다. 인선이네 스태프들도 다 밝다"면서 "밤새 촬영하고 SBS TV 예능물 '골목식당' 녹화까지 하고 오는데도 얼굴 한 번 붉힌 적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의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첫 회 1.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마지막 16회는 3%를 찍었다.

"이번에 조금 실망스러운 스코어가 나와서 나 자신을 다독거리고 위로해야 할 때"라며 "대중예술인은 단 하나로 결론을 내린다. (시청률 20%를 넘으며 신드롬을 일으킨)KBS 2TV '동백꽃 필 무렵'과 경쟁했고 첫 방송 때 청룡영화제도 있었지만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다. 즐거움이 본질인데 그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지 못했다"면서 아쉬워했다.

윤시윤은 2009년 MBC TV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2010) '이웃집 꽃미남'(2013) '마녀보감'(2016) '최고의 한방'(2017) '대군-사랑을 그리다'(2018) '친애하는 판사님께'(2018) '녹두꽃'(2019) 등에서 활약했다.

데뷔 때부터 주목 받았지만, "자신감이 없다"고 한다. '제빵왕 김탁구'로 시청률 50%라는 만화같은 스코어를 받은 뒤 "지금까지 검증 받는 시간이었다. 때로는 통과하고 탈락하면서 10년이 걸렸다. 그 검증은 영원하지 않다"며 "경솔해지지 않으려고 조금만 속도가 빨라지면 계속 브레이크를 밟았다. 자존감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자세다.

"방송사에서 사활을 걸고 우리가 평생 만지지 못할 돈을 투자 받아 드라마를 만들지 않느냐. 아직도 주인공을 시켜주는 게 황송할 뿐이다. 요즘 시청률 10% 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동백꽃 필 무렵' '낭만닥터 김사부' '스토브리그'는 뭐냐. 대중은 냉정하다. 대중예술인이라면 그들로 인해 인기를 얻었으니 재미를 줘야 한다. 이번에 내가 기 죽을까봐 많은 분들이 위로해줘서 감사하고 이걸 통해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즐거움을 못 줘서 너무 죄송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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