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②] 불멸의 사랑...고전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기사등록 2019/12/15 12:00:00

부산 드림씨어터 개막...부산서 첫 공연 내년 서울로

대형 샹들리에, 281개의 촛불, 가면무도회등 웅장

1988년 브로드웨이 초연후 '최장기 공연' 기네스북 등재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5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계 4대 뮤지컬'까지 운운할 필요는 없다.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제목부터 클래시컬하지 않은가.

13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고전'은 유행을 타지 않는, 이름난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1986년 웨스트엔드, 198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첫 선을 보인 지 30년이 넘었건만 시대의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여전히 굳건하다. 2012년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올해 4월 브로드웨이 최초로 1만3000회 공연을 돌파했다.

무대로 곤두박질치는 1t 무게의 대형 샹들리에, 자욱한 안개와 안개 사이로 솟아오른 281개의 촛불, 객석에서 탄성을 자아내는 2막1장 가면무도회 장면 등 웅장한 세트와 번쩍이는 의상도 인기에 한몫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밤의 노래' 등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매혹적인 선율과 함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라서 일 것이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이 원작.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 이야기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매일 노래 소리와 예술의 내음이 진동하지만 유령은 지하에서 자신의 내면 밑바닥과 싸운다. 크리스틴을 향한 열망, 라울을 향한 질투, 자존감과 열등감을 오선지에 그려 가며 분투한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2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2 [email protected]

19세기 화려한 낭만주의 시대에서 암울한 현실을 보낸 유령의 성장기는 오페라의 풍경으로 치환된다. 1막 1장의 '한니발', 9장의 '일 무토', 2막 4·7장의 '돈 후앙의 승리'가 그것들이다. 웨버가 만들어낸 이 가상의 오페라들은 유령의 심리와 극 중 상황에 철저하게 복무한다.

'오페라의 유령'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인 '나를 생각해줘요'는 '한니발' 중 소프라노의 아리아다. '일 무토'는 유령이 단역의 크리스틴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극중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이 고조되게 만든다. 극중에서 유령이 작곡한 곡인 '돈 후앙의 승리'에서 팬텀은 얼굴을 가린 주인공 돈 후앙으로 변장, 크리스틴을 납치한다. 유령과 크리스틴은 '돈 후앙의 승리'의 아리아인 '돌아갈 수 없는 길'을 함께 부르는데 두 인물이 처한 상황과도 맞물린다.

이런 드라마적 유기성은 캐릭터들의 내면 풍경을 생생히 보여준다. 동시에 시대 변화와 맞물리며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탄생시킨다. 그간 유령과 관계에서 수동적으로만 여겨지던 크리스틴의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면이 재조명되는 식이다.

이번의 주역 배우들은 기존에 배우들과 다른 결을 보여준다. 웨버의 작품에서 6편 주역을 맡은 조나단 록스머스는 야수 같은 유령에 섬세함을 불어 넣는다.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 클레어 라이언은 크리스틴 역으로 돌아와 명불허전을 입증한다. 라울 역의 맷 레이시 역시 부드러움을 뽐낸다.

그래도 전율을 남기는 것은 언제나 마지막 장면이다. 크리스틴이 유령에게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남길 때.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애정이든 동정이든 연민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2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2 [email protected]
크리스틴의 입맞춤에 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유령의 절박한 마음에 섬광이 찾아든다. 유령에 투영한, 일그러져 있던 우리의 마음 정경도 빛으로 물든다.   

예쁜 형태만 사랑이란 법이 있나. 긁히고 깨지고 상처투성이더라도 마음 안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의 노래'는 중요한 악절을 구성한다. 그것은 언제까지나 '밤의 노래'일수만은 없다.

이 뮤지컬계 고전은 앞으로도 증명된 멜로디를 통해 우리들 마음 풍경의 삭막함을 녹여나갈 것이다. 공연 예술 중 가장 상업적이고 대중적이라는 뮤지컬에 '오페라의 유령'은 품격을 부여한다.

'오페라의 유령'이 부산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투어는 2020년 2월9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 뒤 같은 해 3월14일부터 2020년 6월26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20년 7~8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예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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