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①] 천장에서 내리치는 샹들리에...마술같은 공연

기사등록 2019/12/15 12:00:00

부산 드림씨어터 개막...2005년 예당 공연과 기술적 큰 변화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샹들리에.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샹들리에.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5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이재훈 기자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막 마지막, 객석 1열로부터 12.5m 높이의 천장에 매달려 있는 1t 무게의 대형 샹들리에가 무대 앞으로 곤두박질치는 장면은 무대 미학의 연금술이다.

'라울'과 '크리스틴'의 밀회에 복수심에 불탄 '유령'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사랑과 전쟁'의 신호탄과 같다. 이 뮤지컬 드라마의 속성을 '서사와 기술의 이상적 공생'으로 승화시킨 명장면이다.

13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에서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숨을 죽였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이 바탕으로, 극 중 배경인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로 관객들을 단숨에 데리고 갔다.

개막 이튿날인 14일 오전 드림씨어터에서 만난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의 라이너 프리드 협력 연출은 샹들리에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전에는 샹들리에 연출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공연장의 구조적인 부분을 바꿔야만 했어요. 이번 프로덕션에는 극장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고 어느 극장이든 비슷하게 샹들리에 연출을 할 수 있게 해결방안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실제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 무대였던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경우 천장 중앙에 '진짜 샹들리에'가 설치돼 있었다. 이로 인해 당시 프로덕션은 '오페라의 유령용 샹들리에'를 기존보다 무대에서 더 가깝게 달아야 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샹들리에.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샹들리에.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5 [email protected]
이날 동석한 알리스터 킬비 기술감독은 이번 월드투어의 샹들리에 하강 장면이 기존 버전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킬비 감독은 "프로시니엄 아치, 샹들리에를 기술적으로 다듬은 부분이 있어요. 샹들리에는 천장의 두 개의 대형 추에 매달려 있죠. 바닥으로 떨어질 때 무게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중을 줄였다"고 전했다.

샹들리에가 낙하하는 장면에서는 일종의 '플라잉 기술'이 사용된다. 킬비 감독에 따르면, 도르래의 철로 돼 있는 케이블이 풀리면서 샹들리에가 낙하한다. 케이블을 움직여 객석 위에 있던 샹들리에가 곡선으로 무대 앞에 떨어지게 된다.

샹들리에는 6000개가 넘는 비즈로 장식돼 있다.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샹들리에의 안쪽 프레임도 다른 금속에 비해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협력 연출 라이너 프리드.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협력 연출 라이너 프리드.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5 [email protected]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프로듀서인 신동원 S&CO 대표는 "샹들리에가 기존 버전의 무게보다 다소 가벼워지고 하강 속도 역시 1.5배가량 빨라졌다"면서 "조명 역시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발광다이오드 조명(LED)을 사용했다"고 귀띔했다.

프리드 연출은 숫자보다 샹들리에 장면 자체가 불러오는 정서를 중요하다고 특기했다. 그는 "샹들리에 장면이 위험하거나 강렬해 보인다면 실제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매 공연마다 샹들리에 밑에서 연기해야 하는 크리스틴이나 라울 역의 배우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면 더 흥미로울 겁니다. 그들이 얼마나 두려워하고 조심하는지 아시면 더 흥미로울 거예요."

'오페라의 유령'은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 이야기.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했다. 한국에는 2001년 라이선스로 초연, 거대한 규모의 프로덕션과 시스템으로 뮤지컬 산업의 획을 그었다는 평을 듣는다.

공연한 지 33년이 됐음에도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수정이 되지 않았다. 다만 샹들리에처럼 이야기에 탄력을 실어주는 무대 등의 기술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 = 에스앤코  제공) 2019.12.15 [email protected]
오페라 하우스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피해 지붕으로 도망쳐 온 라울과 크리스틴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의 무대도 이번에 약간 변화됐다.

라울과 크리스틴이 사랑을 확인할 때 원래 유령은 몰래 숨어 있던 천사상에서 내려와 '바람은 그것 뿐'(All I Ask of You)를 부른다. 이번에는 천사상 세트 자체가 앞으로 나오고 그 위에 탄 채 '바람은 그것 뿐'을 애절하게 부른다.

프리드 연출은 "유령이 라울과 크리스틴의 대화를 엿들은 뒤 세트가 앞으로 나오는 것이 효과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다"면서 "조명 덕분에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은 효과도 준다"고 했다.

그런데 앞으로 '오페라의 유령'이 계속되더라도 절대 바뀌지 않을 것들이 았다. '밤의 노래' 등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매혹적인 선율이다

프리드 연출은 "편곡에 변화를 주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오페라의 유령'이 사랑 받은 이유는 웨버의 음악 때문"이라면서 "공연 자체가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음악, 안무, 무대, 모든 연출에 역시 로맨틱함이 배어 있죠. 옛것이라고 해서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제가 갑자기 불고기의 재료를 바꾼다고 할 때 드시고 싶으실까요?"라고 웃으며 반문하기도 했다.

【뉴욕=AP/뉴시스】지난 1995년 6월4일 뮤지컬 '쇼 보트'로 토니상 최우수 연출상을 받은 해럴드 프린스. 21차례나 토니상을 수상한 프린스가 31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9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오페라의 유령' '에비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수많은 유명 뮤지컬들을 연출하며 뮤지컬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을 들었다. 2019.8.1
【뉴욕=AP/뉴시스】지난 1995년 6월4일 뮤지컬 '쇼 보트'로 토니상 최우수 연출상을 받은 해럴드 프린스. 21차례나 토니상을 수상한 프린스가 31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9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오페라의 유령' '에비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수많은 유명 뮤지컬들을 연출하며 뮤지컬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을 들었다. 2019.8.1

'오페라의 유령'은 여전히 마술처럼 보이는 무대 미학의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 유령이 의자에 앉은 뒤 큰 천에 자신을 가리고 이후 마스크만 남겨둔 채, 갑자기 사라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비밀을 알려달라고요? 저는 언제나 '노'라고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저 같은 사람들 때문에 비밀이 유지되죠. 하하. 라이브는 항상 마법이에요."

그러면서 프리드 연출은 지난 7월31일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연출가 겸 공연 제작자 해럴드 프린스를 추모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모든 구조를 만드신 천재예요. 지난 50년 간 그가 참여한 수많은 뮤지컬 리스트를 보시면 수십년간 뮤지컬계 역사이자 전설임을 아실 겁니다"라고 돌아봤다.

"저희가 16일에 (미국 뉴욕 오페라의 유령 전용 극장인) 마제스틱 극장에서 추모 공연이 있을 겁니다. 그와 함께 작업을 했던 수많은 관계자들, 배우들이 함께 협력해서 그를 기억하고 뮤지컬계에, 우리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기억하려고 합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을 만들어주신 분이니까요."

'오페라의 유령'은 2020년 2월9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같은 해 3월14일부터 2020년 6월26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20년 7~8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예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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