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故 승계' 선례 만든 구자경 LG 명예회장…평화로운 승계 기틀 마련

기사등록 2019/12/15 10:14:19

재계 최초로 스스로 후대에 회장직 넘겨

LG家 잡음 없는 장자승계 원칙 기틀 마련

순탄한 계열분리 과정도 모범사례로 평가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첫째 아들로, 1970년부터 25년간 그룹의 2대 회장을 지냈다. 구 명예회장의 장례는 이날부터 서울 시내 모 병원에 가족장 형태로 치러진다. 발인 날짜, 장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은 1995년 회장 이취임식서 이임사하는 고인 모습. (사진=LG 제공) 2019.12.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첫째 아들로, 1970년부터 25년간 그룹의 2대 회장을 지냈다. 구 명예회장의 장례는 이날부터 서울 시내 모 병원에 가족장 형태로 치러진다. 발인 날짜, 장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은 1995년 회장 이취임식서 이임사하는 고인 모습. (사진=LG 제공) 2019.12.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구 명예회장은 경영인으로서의 성과 뿐만 아니라 재계 최초로 스스로 회장직을 후대에 넘겨준 모범 사례를 남겼다. 이를 통해 LG그룹 전통인 장자승계 원칙을 한층 굳건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앞서 구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회장이 1969년이 타계하자, 이듬해인 1970년에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45세의 나이에 LG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구 명예회장은 1995년 2월, LG와 고락을 함께 한 지 45년, 회장으로서 25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고인은 선친의 갑작스런 타계로 경영권 승계 준비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70세가 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다"라는 말을 종종했다고 한다.

또한, 자신처럼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도 1975년부터 20년 동안 그룹 내 여러 현장을 두루 거치면서 후계자 수업을 받게 했다. 변함없이 적용된 장자 승계 원칙과 혹독한 후계자 수업은 조용하면서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의 비결이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국내 최초의 대기업 ‘무고(無故) 승계’로 기록되며 재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아직 은퇴를 거론할 나이가 아닌 시기에 그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결심한 데 따른 것이었다.

구 명예회장은 퇴임에 앞서 사장단에게 "그간 혁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충실히 해 왔고 그것으로 나의 소임을 다했으며, 이제부터는 젊은 세대가 그룹을 맡아서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퇴임 의사를 표명했다.

임직원들에게는 이임사를 통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여러분을 믿고 나의 역할을 마치고자 한다"며 "이제 공인의 위치에서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되니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 싶어서 무상감도 들지만, 젊은 경영자들과 10만 임직원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기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의 자리를 넘기고자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구 명예회장이 회장에서 물러날 때 창업 때부터 그룹 발전에 공헌을 해 온 창업세대 원로 회장단도 '동반 퇴진'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허준구 LG전선 회장, 구태회 고문, 구평회 LG상사 회장,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 구두회 호남정유에너지 회장 등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재계에 큰 귀감이 되었다.

고인의 장남인 구본무 회장은 1995년 2월22일 50세의 나이에 LG그룹의 제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본무 회장은 23년간 LG그룹을 이끌면서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개 핵심 사업군으로 구축해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5월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면서 경영권은 구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 회장에게 넘어갔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6월 ㈜LG 임시주총을 통해 대표이사 회장으로 전격 선임되며 본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5월15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며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았다.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재계 서열 4위의 LG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 회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며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한편 구 명예회장 퇴임 이후, 3대 동안 57년을 이어온 구·허 양가의 동업도 '아름다운 이별'로 마무리됐다고 평가받는다.순탄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한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는 창업회장의 뜻을 받들어 구자경 명예회장이 합리적인 원칙에 바탕을 둔 인화의 경영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60년 가까이 불협화음 없이 일궈온 양가의 동업관계는 재계에서 특수한 사례로 꼽힌다. 양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사업매각이나 합작, 국내 대기업 최초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모든 위기 극복과 그룹 차원의 주요 경영 사안은 양가 합의를 통해 잡음 없이 이뤄졌다.

LG와 GS그룹의 계열분리 과정 또한 합리적이고 순조롭게 진행했다. 구 명예회장 직계가족은 전자, 화학, 통신 및 서비스 부문 맡아 LG그룹으로 남기기로 했고, 허씨 집안은 GS그룹을 설립해 정유와 유통, 홈쇼핑, 건설 분야를 맡기로 했다. 또 전선과 산전, 동제련 등을 묶어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창업고문이 LS그룹을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

이날 구 명예회장의 빈소에도 범(汎) LG가인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명의로 된 조화는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구 명예회장의 장례는 가족장 형태로 4일장으로 치러지며, 조문과 조화는 비공개 장례 원칙에 따라 받지 않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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