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색이 왜 빛나는지를 당신은 아는가

기사등록 2019/12/15 06:00:00

최종수정 2019/12/16 16:47:29

장석주 '색채의 향연'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람이 식별할 수 있는 색깔은 1000개 정도다. 이것도 엄청나지만, 놀라지 마시라. 디지털 기술로 빛의 삼원색을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색깔은 1600만개! 이토록 많은 색깔은 저마다 만물 조응하면서 마음 깊은 곳 금을 올린다. 색깔은 오감과 비벼지면서 감정과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 책은 색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흰색을 필두로 노랑, 초록, 녹색, 파랑, 남색, 주황, 갈색, 금색, 은색, 회색, 보라, 분홍, 빨강, 자주, 그리고 색의 집합체인 검정까지 16가지 색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흰색을 시작으로 겨울에서 봄을 지나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거울에서 끝을 맺는다.

맨 처음 이야기 하는 흰색은 겨울의 상징이자 알과 젖, 우유의 색으로 인간의 근원을 생각하게 하는 기호가 된다. 이용악 시인의 '그리움'이라는 시를 끌어오는데, 시는 그 자체로 한폭의 그림이 된다. 흰색이 가져다 주는 추억이고 환상이다.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우에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오는 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이 시를 읽으면 눈앞에 저절로 함박눈 내리는 장면이 그려진다.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곳으로 떠나야만 할 것만 같다.

문학평론가 장석주 시인이 낸 '색채의 향연'은 색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의 산물이다. 색을 이야기하면서 시와 소설을 이야기하고 철학을 펼쳐놓고 문화와 일상을 넘나들며 색깔의 세계에 시간여행을 하게한다.

시인이 사춘기때 읽은 흰색 감수성은 향수를 전한다.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나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었다"로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 그리고 이어지는 "밤의 밑 바닥이 하얘졌구나"라는 문장에서 첫 눈을 뜨고 벼려졌다. 눈이 얼마나 쌓여야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지는 것일까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나는 오래도록 눈의 고장을 상상했다."

"색채 상징학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서 색채 인문학에까지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는 시인은 색이 왜 빛나는지를, 왜 세상은 색의 향연인지를 16가지 색을 통해 알린다.

 "세상이 온통 잿빛이었다면 인생도, 사랑도 그렇게 빛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손바닥만한 책인데 웬지 묵직함을 전한다. 검정색에 붉은색으로 '색채의 향연'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하고 흰색으로 장석주 이름을 작게 썼다. 모든 색을 덮어버린 검정색 표지는 정갈하면서도 강렬하다. 옛날 문고판 같은 크기로 왼손으로 책 몸을 부여잡고 오른손 엄지로 띠리리~ 넘겨지는 감촉이 좋다. 172쪽, 호미, 1만2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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