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그룹 CEO 신년 설문조사⑥]커지는 디플레 경고음…내년 채용 확대 계획 '전무'

기사등록 2019/12/15 05:19:00

최종수정 2019/12/30 09:25:23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20대 그룹은 대체로 2020년 경자년 쥐띠의 해에 채용 규모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각오다. 내년에 1%대 저성장 기조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미래 성장 동력을 도모하고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줄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바늘구멍 같은 취업 시장에서 현재 어느 한 그룹도 적극적으로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곳이 없음에 따라 일자리난, 이 중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난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가 지난달 21~28일 재계 상위 20대 그룹(공기업·금융그룹 제외)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않은 8곳을 제외한 12곳 가운데 11곳이 내년에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 1곳은 올해보다 채용 규모를 축소한다고 답했다. 채용 규모를 늘릴 곳이라고 답한 그룹은 없었다.

이번 설문에는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KT·한진·CJ·두산·부영·LS·대림·에쓰오일·현대백화점·효성 등이 참여했다.

경기침체 기조가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고용 여력이 있다고 여겨진 주요 대기업들마저 채용 확대에 보수적인 모습이다.

앞서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을 보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상장사 최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공기업·금융그룹 제외)의 지난 6월 말 임직원 수는 총 26만1568명으로 전년의 25만1232명에 비해 1년새 4.1%(1만336명) 늘었다.

특히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임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10만5044명으로 1년새 3091명 늘어 1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2607명 ▲LG화학 2029명 ▲현대차 829명 ▲현대모비스 459명 ▲셀트리온 399명 ▲삼성바이오로직스 381명 ▲POSCO 254명 ▲NAVER 162명 ▲LG생활건강 125명 등 순으로 채용을 확대했다.

올해 대내외 경영 환경은 미·중 무역분쟁, 한일 교역갈등 등으로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았지만 주요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배터리 등 미래 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고용을 늘렸다.

하지만 최근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경고음이 켜지면서 내년엔 대기업마저 고용절벽으로 몰릴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실제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12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는 11개월째 0%대 행진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7%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2%대' 유지마저 위태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더군다나 경제연구소와 증권가에서는 잇따라 2020년 1%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며 '1%대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성장이 저물가를 유발하고 이에 따른 기업과 가계의 소비·투자 부진이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디플레이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경제는 일단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탈출하기 쉽지 않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것이 그 예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됨에도 정부의 친(親)노동 기조 등을 고려해 그간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조정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가 성장하면서 고용을 늘려가는 것이 이상적인데 내년에는 올해 채용 규모를 유지하는 것조차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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