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벌]'몰카' 당한 여성들…되레 폭행 혐의 처벌, 왜?

기사등록 2019/12/15 09:00:00

최종수정 2019/12/16 08:50:12

'양다리' 남자친구, 성관계 몰래 촬영

여성들, '몰카' 확인→남자 친구 폭행

회사 찾아가서 "양다리 나와라" 소동

법원, 공갈은 무죄…폭행 등은 벌금형

"오히려 합의 적극적인 건 피해자 쪽"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여성 A씨는 지난해 4월 사귀던 남성 B씨의 휴대전화를 보던 중 그가 불특정 다수의 여성과 성관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발견했다.

A씨는 해당 영상들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다음 B씨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된 여성 C씨에게 연락해 영상 일부를 보여주고 동시에 교제한 사실을 알려줬다.

삼자대면을 위해 세 사람이 만난 날 대화 도중에 분을 주체하지 못한 A씨와 C씨는 주먹과 밀대 자루 등으로 B씨를 공동으로 폭행했다. B씨는 이 폭행으로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또 B씨가 다니는 회사에 찾아간 A씨는 "양다리 걸치고 원나잇하고 다니는 사람 어디에 있어"라고 소리치며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다.

A씨와 C씨는 이 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을 기소한 검찰은 A씨와 C씨가 성관계 영상을 삭제하는 대가로 합의금을 받기로 마음먹고 공동공갈을 했다고 의심했다.

또 A씨와 C씨가 회사에 찾아가 "우리가 받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아냐. 기자에게 영상을 전송해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며 "평생 짊어져야 할 고통을 보상하라"고 B씨와 동업자 대표에게 총 2억원을 요구한 혐의도 뒀다. 실제 A씨와 C씨는 각각 5000만원씩 전달받았다.

결국 A씨는 공동상해·공동공갈·명예훼손 혐의, C씨는 공동상해·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어떤 사법 판단을 받았을까.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변성환 부장판사는 최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C씨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을 선고했다.

변 부장판사는 공동상해와 명예훼손 혐의는 인정해 유죄 판단했지만, 공동공갈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무죄 판단했다.

공동공갈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변 부장판사는 "영상을 기자에게 제공한다고 말하고 이를 핑계로 돈을 갈취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A씨와 C씨가 공모해 돈을 갈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와 C씨가 자신들과의 성관계 영상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이를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설령 이같은 말을 했어도 배신감에 우발적으로 화가 나 감정적으로 한 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A씨와 C씨는 B씨를 진정으로 좋아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들의 재산 상태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돈을 갈취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1억원을 요구한 것은 맞지만 어느정도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고 실제 신체적 피해까지 입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변 부장판사는 "오히려 합의금에 적극적인 사람은 B씨의 동업자 대표였고, 법정에서도 A씨와 C씨가 먼저 합의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B씨 고소를 무마하기 위해 동업자 대표가 합의를 더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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