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1년]②"친구야, 세상을 바꿨지만 넌 없구나"

기사등록 2019/12/07 07:02:00 최종수정 2019/12/17 09: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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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윤창호씨 대학친구 김민진씨 인터뷰…1년 소회
"창호, 윤창호법이란 이름으로 이 사회에 남았다"
배우 손승원 재판보고 "무면허에 뺑소니 형 적어"
"종합보험이 음주운전 처벌 인센티브식으로 작용"
"술집에 가면 옆테이블에서 창호 이름 들릴 때가"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고(故) 윤창호씨 친구 김민진씨(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지난해 11월 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나 윤창호 법 신속 통과를 요청하는 사진. 2018.11.13.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그래도 누군가는 윤창호법 때문에 핸들을 잡았다가 놓지 않았을까요."

고(故) 윤창호씨의 대학친구 김민진(22)씨는 '윤창호법' 국회 통과 1주년을 맞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김씨는 지난 6일 진행된 뉴시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누가 음주운전을 하려다 말았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통계적으로 음주운전이 조금 줄었다는 걸 보면서 (저나 친구들이) 위안을 삼는 것 같다"고 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각각 지난해 11월29일과 12월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명 '윤창호법' 불리는, 음주운전자 처벌과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들이 최종 마련된지 7일로 꼭 1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윤씨의 대학친구 김씨와 고등학교 친구 등 10명의 노력이 가장 컸다. 

1997년생인 김씨는 윤씨와 고려대 행정학과 15학번 동기다. 김씨는 윤씨를 리더십 있고 어디서나 주목받던 친구로 기억했다.

김씨는 "창호는 누가 봐도 지도자형이었다"며 "목소리도 컸고 추진력도 좋았다. 창호의 꿈은 검사였고,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게 꿈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던 중 지난해 9월 고향인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했다.

김씨는 "처음부터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며 "억울해서 슬퍼하다 가해자는 어떻게 되는지, 사고경위는 뭔지를 살펴봤다. 그러다가 가해자에 대한 실형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어 "평소 창호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건 처벌이 약해서고,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했다"며 "그래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3일만에 20만명이 동의해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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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청와대가 입법기관이 아니다보니 실질적 해결책을 주기가 어려울거라 판단, 국회를 찾아갔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를 찾은 김씨는 차가운 현실에 맞닥뜨렸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가서 보니 음주운전 관련 법안 몇만 건이 계류돼 있었다"며 "상임위가 열리기도 힘들고, 열려도 소위와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해야하더라"라고 말했다.

김씨는 법안 통과를 위해 지난해 10월 휴학을 하기도 했다. 김씨와 친구들은 같은해 11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을 직접 만나 법안 통과를 부탁했다.

김씨는 이런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윤씨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창호가 위독했을 때 국회에 있어 임종을 못 봤다"며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손을 너무 잡아주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윤창호법은 국민들이 본인들 일처럼 나서줬기 때문에 통과되지 않을 거란 생각은 안했다"며 "다만 당시 국회 사정이 있다 보니 늦어질까 걱정한 정도"라고 말했다.

김씨는 윤창호법에 대해 "법안 발의를 시작할 때는 응원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세상은 안 바뀐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많았다"며 "하지만 세상이 180도로 바뀌진 않아도 변화를 위한 발걸음 하나를 내딛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저희는 창호를 보냈지만 저희 입장에선 창호가 윤창호법이란 이름으로 이 사회에 남았다"며 "그게 참 위안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윤창호법을 실생활 속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associate_pic4【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지난해 11월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국군부산병원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BMW 승용차에 치여 숨진 윤창호(22) 씨의 영결식이 끝난 이후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2018.11.11. yulnetphoto@newsis.com
김씨는 "저는 원래 술을 잘 안마셨지만 창호 사고 이후로 더 안 마신다"며 "술을 안 마셔도 친구들을 만나러 술집에 가면 옆테이블에 있는 분들끼리 '술 마셨으니 대리를 부르라'고 하면서 창호의 이름이 들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기업에선 회식 다음날 대리비도 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뮤지컬 배우 손승원씨의 음주운전 재판을 지켜본 심정도 털어놨다. 윤창호법이 적용된 '연예인 음주운전 1호' 사건'이다.

그는 "그분이 어떤 사망사고를 일으킨 건 아니지만 무면허에 뺑소니를 했는데도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이 나와 형이 적은 게 아닌가 했다"며 "(2심) 감형 사유 중에 종합보험이 가입돼 있던 점을 들었는데 종합보험 안든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씨는 "윤창호법을 만들 때도 보험 부분을 건드리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며 "종합보험은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들어야하는 건데 안 든 사람에게 패널티를 주는 식으로 가야한다. 든 사람에게 인센티브식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음주운전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음주운전은 습관인거 같다"며 "그걸 고칠 의지가 없기 때문에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의지가 없는 문제를 습관이라는 이유로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한잔이든 두잔이든 술을 마셨다면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윤씨에게 "창호가 부모님과 친구들 걱정 말고 하늘나라에서 꿋꿋하고 멋있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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