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팍팍한 현실을 견디는 사람들을 위해 ··'카센타'

기사등록 2019/11/27 1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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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영화 '카센타'(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2019.11.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단순 코믹 장르의 가볍게 볼 수 있는 팝콘 영화일 거라고 생각하고 극장에 들어간다면, 후회할 영화다.  관객의 의도와 무관하게, 관객이 매일 겪는 팍팍한 현실과 또 한 번 마주하도록 해 쓴 웃음을 지으며 극장을 나서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 '카센타'는 그만큼 서민들이 매일 사는 일상과 인생의 고단함, 절박함을 공감가게 잘 그려냈다.

국도변에서 카센타를 운영하며 월매출 20만원도 올리지 못하는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 부부. 카센터 근처에 대형 리조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그나마 있던 손님도 떨어져 나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 공사현장을 오가는 트럭에서 떨어진 금속 조각으로 인해 펑크 난 차량 손님이 부쩍 늘게 된다.

늘어나는 주머니 속 지폐를 보며 재구는 윤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악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직접 날카로운 쇳조각을 만들어 밤마다 도로에 뿌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여기에 놀러 오는 놈들은 돈 많은 놈들이니까 괜찮아'라며 죄책감이 드는 스스로를 애써 위로하며 '범행'을 계속한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영화 '카센타'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2019.11.27 photo@newsis.com
뒤늦게 남편의 범행을 알게 된 순영은 처음에는 그를 말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예 도로에 못을 박아 버리자며 자신의 남편을 뛰어넘는 '악랄함'을 보인다. 

이들의 행동만 놓고 본다면 이들은 반사회적인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악함' '악랄함'에 욕이 나와야 마땅한데, 어찌된 일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하나에 5원인 인형 눈 붙이기를 하며, 홈쇼핑에 주문했다 취소하기를 밥먹듯이 하는 순영, 맥주 한 캔 살 돈이 없어 슈퍼에서 집었던 맥주를 놓고 나와야만 하는 재구의 모습은 금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일상은 견뎌내야 하는 우리 서민들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생판 남이지만 나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절박한 현실을 처절하게 견뎌가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밤에 몰래 작업을 하는 이들이 걸릴까 어느순간부터 노심초사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과장돼 보일 수도 있는 도로에 못을 박는 설정에도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게 이 영화의 힘이다.

영화는 관객이 서민들의 팍팍한 현실을 공감할 수 있도록 잘 그려냈다. 연출을 맡은 하윤재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에 수 년간 살을 붙여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공들인 보람이 결실을 맺었다 할 수 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영화 '카센타'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2019.11.27 photo@newsis.com
금전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이들의 척박한 삶을 설명하는 데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그곳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유학하고 돌아왔지만 재구과 함께 마을의 '외지인'으로 지내야 하는 순영, 같은 외지인인 파출소 소장에게조차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할 뿐인 재구, 현지 마을 주민이기도 한 순영 가족들의 외면, 아이가 없는 부부의 설정 등은 자칫 영화에 산만함을 줄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의 주제와 잘 어우러져 주제를 극대화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한 관객은 상반기에는 '기생충', 하반기에는 '카센타'라는 평을 내놓았다고 한다. '기생충'에는 있고, '카센타'에는 없는 것들이 있다. 바로 적재적소의 유머와 '한 방',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진이다.

'카센타'에 웃음이 없는 건 아니다. 군데군데 재구와 순영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씁쓸한 웃음이 주를 이룬다. 비슷한 무게의 주제를 다루는 '기생충'이 여러번의 '폭소' 포인트가 있었던 점과는 차이가 있다. 영화에 유머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수준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영화에서 특정 장면에서 웃음을 통해 관객을 느슨하게 만들면, 이어지는 장면에서 긴장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방. '기생충'에서는 극의 장르마저 바꿔버린 '문광'(이정은)의 비오는 날 등장 시퀀스(연속성을 가진 몇 개의 장면), 가든 파티하는 장면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 등이 비슷한 흐름의 전개로 인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카센타'에도 어떤 사건이 발생하긴 하지만, 극을 리프레쉬 할 만큼의 한 방은 되지 못한다.  

티켓 파워. '카센타'는 연기력이 검증된 박용우와 조은지를 투톱으로 내세운 만큼 주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주조연들 역시 연기구멍을 찾기 어렵다. 아쉬운 건 현실적으로 박용우 조은지가 관객을 극장으로 들일만큼 티켓 파워가 큰 배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생충'이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부터 떠오르는 신예 최우식, 박소담, 주연급 배우 조여정과 이선균까지 가세해 내로라할 만한 캐스팅을 자랑했던 것과 상반된다.

(물론 제작비 규모에서 차이가 큰 두 영화를 단편적으로 비교하는 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부득이하게 비교의 방법을 차용했다.)  27일 개봉. 97분, 15세 이상관람가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영화 '카센타'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2019.11.27 photo@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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