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남는 건 올라프의 유머 뿐 '아아아아~'···'겨울왕국 2'

기사등록 2019/11/21 13:42:51

최종수정 2019/11/21 13:56:09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11.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11.21 [email protected]

해당 리뷰는 스포일(영화의 줄거리 노출)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감정적 울림을 주었을까? 글쎄.

본편보다 더 나은 속편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속편은 본편에 버금가게만 만들어도 성공으로 평가된다. '겨울왕국 2'는 본편과의 비교를 차치하고 보더라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예매 관객에는 미안하다)

2013년 개봉한 '겨울왕국'은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중 최고로 흥행한 작품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 영화 속 삽입곡인 '렛 잇 고'는 지금 들어도 가슴을 벅차게 하는 명곡이다. 이외에도 '두 유 원트 투 빌드 어 스노우맨'(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포 더 퍼스트 타임 인 포레버'(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러브 이즈 언 오픈 도어'(Love is an Open Door) 등의 OST 등도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와 메시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 속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의 드레스는 여성 유아들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그만큼 '겨울왕국 2' 속 엘사와 안나의 드레스가 바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한 유치원생 아이를 둔 엄마가 관련기사에 남긴 "계절마다, 키 클 때마다 벌써 6벌이나 샀는데, 드레스가 바꼈다니…"라는 댓글은 많은 누리꾼들의 공감을 사며 베플로 등극했다.

이렇듯 거의 신드롬과 같았던 '겨울왕국'이었기에 '겨울왕국 2'에 대한 기대감은 개봉 전 예매자 수로 100만 관객 돌파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하지만 이러한 관객의 기대에 '겨울왕국 2'가 부흥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11.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11.21 [email protected]

앞서 언급했지만 '겨울왕국'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는 주옥같은 OST를 꼽을 수 있다. '겨울왕국 2'는 '렛 잇 고'를 잇는 주제곡으로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을 자신있게 내놓았다. 이 곡은 '엘사'가 저 멀리에서 어떤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고 느끼고 그 부름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 그 답을 찾기 위해 아렌델 왕국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극의 줄거리를 보여주는 메인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의 OST의 인트로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소리는 관객이 흥얼거리고 싶을 만큼 충분히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는 1~2초의 짧은 멜로디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노래 전반은 귓가에 자꾸 맴돌 정도의 임팩트를 주는데 실패한다. '겨울왕국' 제작진은 본편의 OST 신드롬을 이어가기 위해, 당시 OST를 탄생시킨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 & 로버트 로페즈 부부를 이번 OST 작업에 재참여시켰다. 다른 수록곡들을 보더라도 그 가상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느지는 의문이 든다.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11.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11.21 [email protected]
스토리의 확장성은 좋지만,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쫀쫀한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겨울왕국 2'는 엘사와 안나의 어린 시절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들의 아버지인 아렌델 왕국의 왕은 엘사와 안나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해준다. 이는 어느 날부터 엘사에게만 들리는 의문의 목소리와 연관된 사건으로, 영화의 배경을 아렌델 왕국에서 마법의 숲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모험의 과정에서 강력한 힘을 지닌 물, 불, 바람, 땅의 정령이 새롭게 등장하며 1편보다 더 큰 볼거리를 자랑한다.

다만 동화적 스토리의 결말이 뻔히 보이는 만큼 모험의 과정은 더욱 긴장감 있게 그려졌어야 했다. 하지만 '겨울왕국 2'는 이에 실패했고, 그만큼 관객에게 충분한 몰입을 선사하지 못한다. 엘사가 소리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물, 불, 바람 땅의 정령들은 처음에 엘사에게 반감을 갖고 그에게 대항한다.

엘사는 이들과 싸워 나가며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데, 그 과정에서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은 없다. 또한, 엘사와의 싸움에서 패한 정령들이 바로 엘사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는 설정은 단편적이면서도 비약이 있다. 여기에 호시탐탐 안나에게 청혼 기회를 엿보지만 실패하는 크리스토프의 모습은 꼭 필요한 설정으로 보이기보단 극을 산만하게 하는 요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11.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11.21 [email protected]
그 때문일까, '겨울왕국 2'는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마음으로 전달하는 데 실패한다. '겨울왕국 2' 제작진은 엘사와 안나를 전편보다 더욱 진취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상으로 그리고자 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기에 전편에 이은 '가족애'의 강조, 이번 편에서 새롭게 제시하는 '환경에 대한 관심', '원주민에 대한 침략과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자 하는 의도도 읽힌다. 하지만 그 의도가 읽힐 뿐, 가슴으로 공감되지는 않는다.

2013년 '겨울왕국' 개봉 당시 엘사의 주제곡 '렛 잇 고'(있는 그대로 '냅둬')가 암시하는 의미가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의 성소수자를 가리키는 용어)에 대한 찬성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이는 일부 관객에게 엘사가 디즈니 최초의 레즈비언 공주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어 넣었다. 화이트워싱(타 인종의 배역에도 백인 배우를 캐스팅 하는 것)을 거부하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애정을 매 작품마다 불어넣는 디즈니인 만큼, 엘사의 성정체성을 LGBTQ로 드러내는 과감성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11.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11.21 [email protected]

'겨울왕국 2'이 본편처럼 '10억불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작비 몇 배 이상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은 하는 디즈니가 이번 작품에서 기본이라도 했는지는 마지막까지 의문이다.

'올라프'는 이번 편에서도 관객에게 흐뭇한 미소와 빵빵 터지는 유머를 담당한다. 어쩌면 이번 작품을 보고 남는 것은 귀여운 올라프와 극 중 등장하는 도롱뇽의 잔상, '아아아아~'라는 의문의 멜로디 뿐일지도 모르겠다. 21일 개봉, 103분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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