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76.4세 원로들의 하프라이프...제 4회 '늘푸른연극제'

기사등록 2019/11/18 18:12:21

【서울=뉴시스】 '늘푸른연극제' 간담회.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19.11.18.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늘푸른연극제' 간담회.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19.11.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제4회 늘푸른연극제 - 그 꽃, 피다.'의 개막작 '하프라이프'(12월 5~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캐나다의 수학 박사 겸 철학자인 존 미톤의 희곡이다.

치매 등의 치료를 요하는 요양원을 배경으로 나이 든 노인들의 사랑과 그로 인한 자녀와의 갈등을 그린다. 이를 통해 나이 듦과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하프라이프' 연출을 맡은 표재순(82) 연출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늘푸른연극제' 간담회에서 "나이듦과 망각을 삶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런 과정으로 응시를 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하프라이프' 희곡에 관심이 생겼어요. 여든살이 넘어서도 사랑을 할 권리가 있어요. 사랑은 젊음의 전유물이 아니죠"라고 강조했다.

이번 '늘푸른연극제'에서는 '하프라이프'를 비롯 6개의 연극이 공연된다. 이들 작품에 참여하는 주요 원로 연극인들은 표 연출을 비롯 배우 박웅(81), 극작가 윤대성(80), 배우 이승옥(76), 정진수(75) 민중극단 예술감독, 배우 김동수(71)와 김경태(70) 등 7명으로 평균 나이는 76.4세다.

이날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한 윤 극작가를 제외한 원로 연극인들은 이번 무대가 감사하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제1회 원로연극제'라는 타이틀로 2016년 출발한 늘푸른연극제는 설 무대가 점차 줄고 있는 70세 이상의 원로 연극인들을 위한 무대다. 이번 축전의 부제 속 '꽃'에는 원로 연극인들의 예술혼과 연극계가 가야 할 새로운 지표, 뜨거운 예술혼 등의 의미를 담았다.

'하프라이프'를 비롯한 연극제 참가작들은 현실적인 노인들의 삶과 이 시대가 당면한 노인 문제 그리고 인간 본연에 대한 질문을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서울=뉴시스】 '늘푸른연극제' 이승옥.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19.11.18.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늘푸른연극제' 이승옥.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19.11.18. [email protected]
강원 춘천 최고령 현역 배우로 통하는 김경태가 출연하는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표 부조리 극 '의자들'(12월 6~8일 아트원씨어터 3관)은 고립된 섬에서 단둘이 살아가는 노부부의 이야기다. 2인극으로 이들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지만 외부세계와 단절된 삶에서 짙은 고독을 느낀다.

프랑스의 국민 작가 안나 가발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12월 11~15일 아트원씨어터 3관) 역시 2인극이다. 1세대 마임 아티스트인 김동수가 연출 겸 배우로 나서는 연극으로 지난해 소설을 각색해 초연했다. 현대인의 사랑 없는 결혼과 허구성을 통찰한다.

박웅이 출연하는 장두이 작연출의 '황금 연못에 살다'(12월 12~15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황혼에 접어든 노부부와 그들의 딸 미나의 이야기다. 서로 오해와 편견을 깨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실제 부부인 배우 장미자와 함께 부부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윤 극작가가 쓰고 정 민중극단 예술감독이 연출하는 '이혼예찬'(원제 : 이혼의 조건)은 노년에 접어든 부부의 갈등이 마침내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국립극단 출신 이승옥은 세계적 희곡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에 나온다. 큰 부자가 된 노부인이 30여 년 전 실연의 슬픔을 안고 떠났던 고향 도시를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승옥은 '늘푸른연극제'에 참여하는 주요 원로 연극인 중 첫 여성 연극인이다. 이승옥은 "여성 연극인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냥 연극인"이라면서 "굳이 성별을 나눠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연령이 많은 남성 연극인들이 많아 먼저 연극제에 참여한 것이라고 해요. 이번 연극제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나이가 들다 보니 병으로 고생하는 배우들도 있다. 특히 김동수는 작년 폐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잘 끝나 건강을 되찾은 그는 여유가 있었다. "부모님이 암으로 일찍 돌아가셔서 일찌감치 암 보험을 5개 들었다"면서 "그 덕분에 제작비가 생겨서 작년에 일을 저질렀죠.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를 급하게 만들었는데, 너무 반응이 좋았고 이번에도 기대가 된다"고 즐거워했다.

【서울=뉴시스】 '늘푸른연극제' 정진수 연출.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19.11.18.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늘푸른연극제' 정진수 연출.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19.11.18. [email protected]
중앙과 지방을 하나의 축으로 잇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12월 25, 26일 '하프라이프'를 공연하는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서현석 대표는 이번 연극제의 작품 선정 방식이 바뀐 것을 특기했다.

기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늘푸른연극제 사무국이 원로연극인을 초청해 선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원로 연극인이 직접 지원을 하는 공모 방식으로 진행했다. 주관사인 이강선 스튜드오반 대표는 "17개 작품 중 6개 작품을 뽑았다"고 귀띔했다.
 
서 대표는 "4회부터 공모제로 바뀌게 된 것은 칠십세 이상 되신 연극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모든 원로 연극인을 초청하는 것은 시스템상 어려움이 있어 공모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다만 정진수 감독은 "공모제는 반드시 (작품 선정에) 떨어지는 원로 연극인이 있다는 의미"라면서 "원로 연극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공청회 등을 해서 방식을 정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웅은 "'푸른연극제'는 원로 연극인에게 기회이고, 개인들에게 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혼자하는 연극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연극이죠. 모든 여건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과 좋은 행사를 만들고 싶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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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76.4세 원로들의 하프라이프...제 4회 '늘푸른연극제'

기사등록 2019/11/18 18:12:2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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