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의 부품·소재 국산화,실현된 적없어…脫일본 장벽높아" 日언론

기사등록 2019/11/08 17:25:09

닛케이 과거 韓정부 반도체 소재 국산화 정책 언급

"기시감 지울수 없다"며 이번에도 탈일본 어려울 것으로 전망

한국 대기업 간부 "일본 등과 국제 분업이 합리적"

【서울=뉴시스】김예진 기자 = 한국이 반도체 부분 소재 제조 부분에서 '탈(脫)일본'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의 벽이 높아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8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국, 반도체 소재 국산화 ‘죽음의 계곡’ 탈일본에 (장)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7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강화로 첨단 부품·소재의 국산화에 나섰으나, '탈일본'의 벽은 높다고 주장했다.

 한국언론들이 지난 15일 "LG디스플레이 불화수소 100% 국산화 완료"를 일제히 보도하고, 일본 수출규제 강화 100일이 지난 후 "일본 의존에서 탈피"했다는 논조의 보도를 했지만, 진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닛케이가 근거로 든 것은 "원재료는 일본"이라는 주장이다. 신문은 LG가 제조공정에 사용하는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 품목이 아닌 '저순도 불화수소'로, 이를 가공해 에칭가스로 만든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최종 제품인 불화수소를 수입해왔으나 물류 효율을 위해 원재료인 저순도 불화수소를 수입해 한국에서 가공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신문은 관계자를 인용해 “가공을 한국에서 (하는 것으로)바꾼 것이라는 의미에서 국산화지만, 원자재는 일본제다”고 전했다.

특히 신문은 과거 한일 갈등을 배경으로 부품·소재 국산화 노력이 있었으나, 결국 현실화 된 적은 없다는 논조로 한국의 국산화 노력을 폄하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가 지난 8월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100개 전략품목을 지정해 5년 이내에 '탈 일본의존'을 목표로 '소재·부품·장비경쟁력강화 대책'을 발표했다고 소개했다.정부는 매년 1조원 규모 예산을 투입해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3개 품목을 포함한 20개 품목과 관련 1년 내 일본 외에서 조달해올 방침이다.

그러나 신문은 "정책에서 강한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2001년에도 '부품·소재 발전 기본 계획'을 처음 책정한 후 2016년까지 4차에 걸쳐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예산규모나 대상 품목에는 차이가 있으나 기본은 지금까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정책과 결이 같은 정책을 반복한다는 논리다.

닛케이는 "한국이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내거는 뒷면에는 언제나 일본과의 관계 긴장이 있었다"면서 "2009년 2차 계획을 발표한 이명박 정권은 대일 무역 적자 축소가 정치 과제였다. 3, 4차 계획을 정리한 박근혜 정권도 위안부 문제 등으로 대일 관계가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 대기업 간부를 인용해 한국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로 "품질·가격·납기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일본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간부는 "한국 기업도 만드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 다만 제품 수율이 나쁘거나 값이 비싸 채용하기 어렵다. 가격과 납기도 품질 중 하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일부 허가했음에도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한 한국 기업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주장이다.

닛케이는 "연구 개발 및 제품화 사이에는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높은 벽이 있다. 그것을 넘기는 어렵다"는 삼성전자 윤종용 전 부회장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윤 전 부회장은 "생산기술 프로세스 만들기는 일본기업이 조금 낫다. 단기로 성과를 올리려고 해도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가 삼성·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재벌을 끌어들여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조달까지 약속하게 해 이번에야 말로 국산화를 달성하겠다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 삼성전자가 충남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중소기업과 협력각서를 체결한 곳에 문재인 대통령이 달려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그러나 한국 대기업 재벌의 본심은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과의 거래 지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의존 리스크를 인식하면서도 국내 공급기업을 육성을 기다릴 만큼 여유가 없는 실정"이란 것.

신문은 그러면서 한국 대기업 간부들의 본심은 "최고품질 제품을 최적 조건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국산화는 경제원리와 맞지 않는다. 일본 등과 국제 분업이 합리적이다"고 전했다. 이어 "죽음의 계곡을 넘는 것은 한국 정부에게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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