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도 "고은 성추행 허위 아냐"…최영미 "통쾌하다"(종합)

기사등록 2019/11/08 14:36:51

고은, 성추행 폭로 허위라며 손배소 청구

1심 "최영미 증언을 허위로 볼 사정 없다"

2심도 신빙성 인정…박진성만 배상 판결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고은(86·본명 고은태) 시인이 자신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58) 시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도 성추행 주장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재차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 후 최씨는 "통쾌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김용빈)는 8일 고씨가 최씨와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최씨의 성추행 주장과 언론사의 보도 모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고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 1심과 같이 시인 박진성(41)씨만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해 건질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통쾌하다"며 "그동안 여러분들이 도와주셨는데 재판을 맡은 대리인들과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최씨 측 대리인도 "항소 이유를 봤을 때 새로운 주장의 근거가 없었다"면서 "이같은 결과를 예상했다. 대의명분에 비춰 질 수 없는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2017년 9월 계간지 '황해문화'에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하며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했다. 시에는 'En선생'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등 표현이 동원됐고, 'En선생'은 고은 시인으로 해석됐다.

논란이 커가자 고씨는 지난해 3월 영국 가디언을 통해 "최근 의혹에서 내 이름이 거론된 데 대해 유감"이라며 성추행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파문이 확산되자 고씨는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 등에서 사퇴했고, 지난해 7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고씨가 1992년부터 1994년까지 모임에서 수차례 누워서 자위행위를 했다는 내용과 2008년에 2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다. 1992~1994년 사건은 한 언론사에 의해 보도됐고, 2008년 사건은 박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고En 시인의 추행에 대해 증언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해 확산됐다.

양측 주장은 재판 과정에서 크게 엇갈렸다. 고씨 측은 모두 실제 존재하지 않았던 허위 내용으로 명예가 훼손됐다 주장했고, 최씨 등은 고씨 증언에 신빙성이 없으며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책임도 없다고 맞섰다. 최씨는 고씨와의 대질 신문을 주장했지만, 고씨는 건강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1심은 "최씨의 진술은 자신의 일기를 근거로 당시 있었던 고씨의 말 등을 묘사하는데 구체적이며 일관되고, 특별히 허위로 인식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반면 고씨가 반대 증거로 제시한 증언이나 주변 사정은 당시 사건이 허위임을 입증하는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008년 사건에 대해서는 "박씨가 제보하고 보도되기도 했던 내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박씨의 진술인데 박씨는 당시 제자라는 여성에 대해 특정하지 못하는 등 제보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된다"면서 박씨에 대해 1000만원 배상 판결했다.

당시 1심 판결 후 최씨는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고씨는 대리인을 통해 "최씨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여론재판을 시도하며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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