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김지영 교수 "설리가 악플 때문에? 본질은 여혐이다"

기사등록 2019/10/20 10:30:00 최종수정 2019/10/21 17: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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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김지영 건국대몸문화연구소 교수 인터뷰
"악플이 문제다? 근간의 '여성 혐오' 짚어야"
"고분고분한 여성상 탈피한 여성 향한 공격"
"설리, 비판적 피드백 통해 페미니스트 발전"
"인터넷 실명제는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어"
"혐오발언·대상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해야"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설리. 2019.10.17.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김남희 수습기자 = 극단적인 선택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25·최진리)의 사망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악성 댓글(악플)에 책임을 묻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는 것은 게으르다는 지적이다.

20일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설리에게 쏟아진 악플은 순수하고, 무해하고,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일종의 문법을 깨버린 설리에 대한 남성 소비자들의 공격적인 반응이었다"고 분석했다.

생전의 설리는 온갖 악플에 시달렸다. 미성년의 나이로 데뷔한 이후부터 체형 등 외모에 대한 왈가왈부가 뒤따랐고, 래퍼 최자(39·최재호)와 열애 및 결별, 임신 및 마약 루머, 노브라 패션 등에 전국민이 악성 훈수를 뒀다. 이는 조회수에만 의존하는 언론을 통해 불필요한 논란으로 재생산되는 악순환을 따랐다.

윤김 교수는 "여성 아이돌은 남성의 욕망 규범에 부합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직업군"이라며 "설리가 가진 희소한 아름다움의 가치 뿐 아니라 순수하고, 순결하고, 순종적인 여성성을 보여주는 것이 사회가 여성 아이돌에게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탈브라 선언을 한다거나 낙태죄 위헌 판결을 환영한다거나, 외모를 칭찬하는 것도 품평이라는 소신을 밝히는 것은 남성 소비자들에게 도발로 읽혔을 것"이라며 "여성혐오적인 행태는 남성 소비자의 권한으로 설리 같은 여성을 처단하고 짓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에서 나왔다"고 봤다.

설리를 향한 악플의 근간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규정해 두고 이에 맞지 않는 여성을 향해 행하는 여성혐오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악플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젊은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단죄로 해석된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설리(사진=JTBC 제공)
연예인의 사망에 노동계까지 이례적으로 입장을 낸 것도 이런 이유다. 설리를 사회적인 약자의 범주 안에 넣겠다는 메시지다. 민주노총은 지난 16일 "설리는 여성 혐오에 맞서 함께 싸워왔던 젊은 여성들의 동지였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을 거두게 하는 투쟁으로 앞선 여성들에게 위로가 됐다"는 애도사를 냈다.

일각에서는 설리에 대한 악플은 예쁘고 젊은 여성에 대한 여자들의 질투였다고 치부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설리의 사망 소식엔 이같은 댓글이 달렸다. "남자 중에는 설리 싫어하는 사람 없었다." 여성혐오가 여성에 대한 '호오(好惡)'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댓글이다.

실제로 설리는 생전 여성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로리타 논란이 있는 사진작가 로타와의 작업물을 개인 SNS에 올렸을 때다. 여성에 대한 대상화와 숭배 또는 비하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 역시 여성혐오를 체화해 행하는 주체가 될 수도 있겠다.

윤김 교수는 그러나 "여성이 설리를 비판하고 남성이 설리를 공격한 포인트는 명백히 달랐다"며 "이를 동일선상에 둘 순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여성들이 설리를 비판한 것은 여성인권에 반하는 작업에 대한 피드백 요구였다"며 "설리는 로타의 성범죄 사실을 안 뒤 작업물을 SNS에서 삭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전의 설리를 "성장형 페미니스트"라고 평했다. 윤김 교수는 "설리는 2030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피드백을 통해 성장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페미니스트 전사'였다며 부고 이후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포장하는 것은 오히려 왜곡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또래의 여성들과 비판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그 과정에서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을 갖고 탈브라 선언 등의 발언을 하게 됐다"며 "시대적인 인식 변화를 통해 성장하고 사회에 영향력을 미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설리의 부고 이후 곳곳에서 악플러를 퇴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속도를 얻고 있다. 제2, 제3의 설리를 막겠다는 취지다. 연예계는 악플러에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고인의 본명을 딴 '최진리법'을 악플 방지법을 제정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청원도 게시됐다.

윤김 교수는 "악플 방지법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학교, 직장 등의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해 실명제로 운영되는 페이스북의 예를 들며 "사회적 SNS인 페이스북에서도 여성혐오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했다.

이어 "혐오 발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게 우선"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다수자, 사회적 강자가 소수자에 대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권한을 방관하고 있다. 어떤 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화인지, 그 내용과 대상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김 교수는 "포털사이트 등에서 댓글 삭제 조치를 하기 전 혐오발화와 혐오대상에 대한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법안과 보도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 연예인과 여성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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