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도 '필람무비'...82년생 김지영

기사등록 2019/10/20 13:19:43 최종수정 2019/10/20 13: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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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 2019.10.15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snow@newsis.com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영화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김지영'의 이야기가 극 흐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영이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심장이 쿵 내려 앉는 아픔'을 느끼고 해질녘 베란다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넋을 놓는다.  지영은 때때로 자신을 놓아 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빙의해 버린다. 정확한 병명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일종의 산후우울증 증상으로 묘사된다.

지영은 성추행을 당할뻔도 했다. 모르는 여성의 도움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면했다. 아버지는 "치마가 왜 이렇게 짧고, 학원을 왜 이렇게 멀리 다니느냐"며 지영의 잘못으로 돌린다. 아버지뿐만이 아니다.  동료 남성 직장인들로부터 ‘맘충’이라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 2019.10.10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snow@newsis.com
지영을 힘들게 하는 존재는 남자들만은 아니다. 억압됐던 자신들의 삶을 받아들인 여성들의 성차별이다. 친정 어머니 생일날 모인 고모들의 가부장적인 습성도 여전하다. 지영의 막냇동생인 30살도 넘은 '지석'만 싸고 돌며 주방에 가려는 그를 앉히고 쉬라고 말한다. 며느리인 '대현'(지영의 남편)의 엄마는 며느리에게만 일을 강요하고 주방에 들어오려는 대현에게 핀잔을 준다. 

엄마로서 육아는 고달펐다. 애처가인 대현에게조차 육아와 집안일은 '돕는 것'이다. 힘들어 하는 아내를 보며 그는 계속해서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집안 일은 자신의 일이 아닌 아내의 일 그 자체다.  퇴근 후까지 이어지는 집안일에 맥을 못 추며 빨래를 접는 지영을 바라보며 식탁에 앉아 맥주를 홀짝일 뿐이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 2019.10.15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snow@newsis.com
같은 남자로서 때때로 '프레임이 과하다. 저렇지 않은 남자도 많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2시간 이내에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장르의 특성상 메시지는 뚜렷할수록 좋다.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100% 똑같이 옮겨놓을 수는 없다.

다만 '82년생 김지영'은 2019년 여전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여러 세상 중 하나를 택해 이를 현미경으로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일부 20~30대 남성들은 반발심을 보이고 있다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2019년에도 여성을 향한 사회적 억압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비슷한 흐름이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도가 떨어지는 분위기를 전한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 2019.10.15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snow@newsis.com

정유미(지영 역), 공유(대현 역), 김미경(지영의 엄마 '미숙' 역), 공민정(지영의 언니 '은영' 역), 김성철(지영의 동생 '지석' 역)은 모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성들이라면 200% 공감 영화이기도 하지만, 동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남성들도 거북하지만 봐야하는 '필람 무비'다.

김도영 감독 장편 데뷔작이다. 김 감독은 2018년 단편 영화 연출작 '자유연기'로 제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단편작으로는 '낫씽'(2014), '가정방문'(2012)을 연출했다. 118분, 12세 이상관람가, 23일 개봉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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