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무중계·무관중 경기' 왜?…"北 비정상적 정세 불만 표출"

기사등록 2019/10/16 15:03:36

월드컵 2차 예선 남북전 '무관중 경기' 강행

남북관계 정세 불만 표출 수단으로 삼은 듯

南 방북 흔적 지우기…노동신문 보도 안 해

조선중앙통신은 홈페이지 검색 안 되게 조치

"北, 정치·군사·사회·문화·스포츠 전부 연계해"

"과거 틀 못 벗어나고 정상국가화 개선 역행"

"비핵화 문제도 국제사회 의구심 더 커질 뿐"

【서울=뉴시스】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2019.10.16. (사진=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트위터 영상)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2019.10.16. (사진=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트위터 영상)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이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평양 방문을 흔적 없이 지웠다. 남북 소강국면 장기화에 따른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를 다 연계하는 북한 체제의 부정적 면이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각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5일 오후 5시30분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남북전이 시작됐다. 취재진도 중계진도 허락되지 않은 이 경기는 초유의 '자체 무관중 경기'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초 북한 측은 경기 전날까지 4만명 정도의 관중이 올 거라고 밝혔으나,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한 사람은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평양 주재 외교단, 그리고 현장 통제를 위해 관중석에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보장성원 등이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중계, 무응원, 무관중 경기라는 촌극을 빚어낸 북한 당국의 돌발 행동은 정치·군사적 정세 불만을 또 다른 수단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관계의 소강 국면을 심화시켜왔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 중단,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쌀 5만t 지원 수령 거부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더불어 이러한 소강국면이 한미 연합훈련을 계속하고, F-35A 등 '북침 전략무기'를 미국으로부터 계속 들여오는 남측 정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이중적인' 남측 정부와는 마주하지 않겠다며 연일 대남 비난 공세를 펼쳐왔다.

【서울=뉴시스】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이날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됐다. 2019.10.16. (사진=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트위터)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이날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됐다. 2019.10.16. (사진=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트위터)  [email protected]
이번 평양원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은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경기 장소가 확정된 이후 정부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한 채널뿐만 아니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까지 활용해 응원단 파견 문제, 중계·취재진 파견 문제, 그리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한 선수단 이동 문제 등을 협의하려 했으나 북한축구협회 측은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떠넘기며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평양원정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경기 종료 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평양 남북전이 '무승부'로 끝났다는 결과를 간략하게 보도했으나, 이마저도 16일에는 홈페이지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 대내 선전용 관영매체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또한 남측 선수단 평양 방문 관련 소식을 단 한 줄도 게재하지 않았다.

지난달 평양에서 레바논전을 치른 다음날 조선중앙TV는 관련 영상을 방영했으나, 남북전의 경우 경기 다음날 오전까지도 관련 영상을 방영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는 체제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국제사회로의 부정적 여론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2019.10.16. (사진=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트위터 영상)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2019.10.16. (사진=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트위터 영상) [email protected]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무관중 경기는 비정상적인 남북관계의 현주소"라면서도 "북한은 정치, 군사, 사회, 문화, 스포츠를 전부 연계하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축구 경기가 남북의 경기였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번 경기는 국제경기였기에 국제사회의 룰과 상식을 따라야 했다"며 "이러한 행태는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정상국가화 이미지 개선 노력에도 도움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불만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풀면 되는데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부각되면서 결국은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의구심을 더 가지게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무관중 경기 같은 일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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