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방법' 꺼낸 트럼프, 北단계적 비핵화 수용하나

기사등록 2019/09/21 18:16:04

북미 실무협상 앞둔 트럼프 "김정은과 좋은 관계"

전문가들 "새 방법, 단계적 비핵화 수용 가능성"

방미 중인 이도훈, 비건과 새 방법 논의했을 듯

'영변+α' 대가로 안전 보장, 제재 일부 해제 거론

실무협상서 비핵화 범위-상응조치 놓고 신경전

【워싱턴=AP/뉴시스】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9.21
【워싱턴=AP/뉴시스】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9.21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유화 메시지를 보내며 협상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new method)'론을 꺼내면서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식에 미국이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회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 나라에 적어도 3년동안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것이며, 해결될지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그 사이 오랫동안 핵실험이 없었다"고 외교적 성과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실무협상 북측 대표로 알려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리비아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힌 데 대해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사는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됐는지 그 내용을 나로서는 다 알 수 없지만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며 '단계적 비핵화'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 전진환 기자 = 26일 오후(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김명길 북한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2019.02.26. amin2@newsis.com
【하노이(베트남)=뉴시스】 전진환 기자 = 26일 오후(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김명길 북한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2019.02.26.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 미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언급한 '새로운 방식'이 '단계적 비핵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21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나 비핵화 최종 단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앞으로 나아가면 미국도 동시에 그럴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의 첫 단계는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하노이회담은 북미가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α)'와 제재완화를 놓고 큰 견해차를 보이면서 결렬됐다. 북미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식인 '스몰딜'과 미국의 일괄타결식 비핵화 방식인 '빅딜'이 절충점을 찾지 못해 '노딜'로 끝났다.

북한은 당시 모든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검증에 대한 상응 조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중 2016년 이후 민생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제재 완화 요구를 거절했다.

【평양=AP/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께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들고나올 것을 요구했다. 사진은 최선희 부상이 2016년 6월 23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밖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2019.09.10.
【평양=AP/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께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들고나올 것을 요구했다. 사진은 최선희 부상이 2016년 6월 23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밖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2019.09.10.
북한이 또다시 실무협상을 앞두고 '단계적-동시행동적 비핵화' 원칙 하에 제도 안전과 발전을 담보할 상응조치를 요구해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북한이 요구하는 새 계산법에 따라 미 정부가 들고 나올 '새 방법'과 상응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입장도 하노이 때와 크게 달라지 않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가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영변+α'를 북측으로부터 얻어내야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제공할 상응조치로는 한미 연합훈련 대폭 축소 등 안전 보장,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제재 일부 해제 등이 거론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북쪽에서 계속 신호가 오고 있다"고 언급해 새 방법에 대한 논의가 오고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비건 대표와 카운터파트로 알려진 김명길 전 주베트남 북한대사가 이번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정의와 범위와 상응조치를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는 수용한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가장 필요로하는 제재 완화를 해줄지는 미지수"라며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정도로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미 대화는 재개되지만 타협 가능성은 아직 블랙박스다. 북미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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